우리 정부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는 데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17년 7월 박용진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후에도 수차례 법안 발의가 진행되었으나,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회 의안 시스템에 따르면 블록체인 관련 법안 중 ICO 및 암호화폐와 관련된 5건의 법안들 모두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의 ICO 전면 금지 조치
이렇게 정부는 블록체인 관련 정책 수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1년여 동안 규제 아닌 규제를 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9월 금융위원회에서는 구두로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조치를 내린 이후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직접적인 금지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지만 다단계법, 유사수신행위 방지법,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문제가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며 적절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닌, 뭉뚱그려서 산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이 아니다. 선의의 기업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빛을 볼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를 직접 만들려고 하지 않고, 선진국이 규제를 만들고 난 이후에 이를 따라서 만들려고 하는 태도는 신중하다기보다 직무유기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ICO를 진행할 수 없어서 결국 해외로 나가는 기업인들과 종사자들은 이를 안타깝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해외의 ICO 정책
이미 해외의 많은 국가는 여러 가지 ICO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블록체인 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몰타와 같은 나라에서는 자유롭게 ICO를 진행할 수 있어 기업들이 우후죽순 모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프랑스도 ICO로 자금을 조달하는 법인이 라이선스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하여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ICO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취하는 우리 정부는 무조건적인 금지 조치를 재고하고, 최소한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정책 방치
암호화폐 거래소 산업 또한 정책 방치가 심각하다. 국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ICO와 같이 거래소를 전면 금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후 1년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거래소 설립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아서, 신뢰하기 어려운 신생 거래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대규모 사기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규제안은 답보 상태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37%를 차지하였으며,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은 한국을 크립토 금융의 월스트리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였다. 실제로 작년 1월 업비트와 빗썸 거래소는 거래액이 각각 세계 1위와 3위에 이르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거래소에 실명제를 도입하여 원화 입금이 막힌 이후, 중국의 거래소에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는 원화 거래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5~6%로 줄어들었고, 크립토 금융 월스트리트의 지위는 다른 나라에 넘어가 버렸다.
결론
결국 정부의 정책적 방치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거나, 무법지대의 산업을 방치하는 등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이제 한국은 가장 주목받는 블록체인 산업 국가에서 그 지위를 잃고 점점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반도체 이외의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찾아야 하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을 더는 홀대해서는 안 된다. 잠깐이라도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시장인 만큼 아직 다시 일어날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올바른 규제안을 내놓음으로써 암호화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자료>
ⅰ 국회, ICO 합법화 탄력…관련법 통과 기대, 지디넷코리아, 2018.10.16
ⅱ 금융위, 국감에서도 ICO 금지 입장 고수, IT조선, 2018.10.11
ⅲ 홍콩,프랑스,싱가포르도 정책 주도권 경쟁 가세, 파이낸셜뉴스, 2018.12.09
ⅳ 韓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 주도 골든타임 놓쳤다”, 파이낸셜뉴스, 2018.12.10
ⅴ 한국 업비트, 거래액 세계 1위…빗썸 3위, 매일경제, 2018.01.18
ⅵ 홍콩이 금융허브가 된 이유, 체인파트너스리서치센터,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