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cowboybebo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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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이 책은 죽음을 다루는 여타 책들의 서정적 색채와 달리 명료하고 분석적인 어투로 가득차 있다. 셸리 케이건은 있는 그대로의 생물학적 죽음을 직시하고, 역사적으로 파생된 많은 철학적 관점과 논리를 꼼꼼히 따지며 되묻는다.

이 책은 독자를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그의 서술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숙제를 풀고 있는 괴짜 철학자의 노트 같아서, 혼잣말로 묻고 답하는 한 개별자의 거대한 사유적 놀이공간을 엿보는 듯 하다. 셸리 케이건의 공간은 이성과 논리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 경계 밖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되묻는다. 활자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육성은 활기차면서도 깐깐하고, 자신감에 차있다.

셸리 케이건은 사후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음 이후 무로 돌아가고 어떠한 감각도 경험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니체의 전언 "신은 죽었다."를 긍정하는 듯 하다. 같은 의미로 죽음을 또다른 생으로 가는 관문으로 보거나, 사후 세계의 형태로 인해, 현생의 의미나 가치가 구속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인생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한 인생의 완전한 끝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니체는 차라투스트의 입을 빌어 말했다. "대지에 충실하라." 켈리 셰이건은 대지를 딛고 있는 현실의 삶이 인간에게 유일하며, 특별한 목적없이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이어서, 개별적 존재의 염원과 가치, 의미가 담겨야 할 실행의 영역으로 보았다.

영생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기에 죽음은 삶을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만든다. 탄생과 죽음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 자체가 슬픈 것도, 분노할 사건도, 두려워 할 대상도 아니다. 자연의 순리.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탄생과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물론 우리의 삶은 단순하지 않아서, 억울한 죽음도, 안타까운 죽음도, 부당한 죽음도 존재하기에, 우리의 감정이 상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삶의 영역에 존재한다. 슬픔도, 분노도, 두려움도 모두 산 자의 몫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이는 영원한 안식에 있다. 공간도 시간도 없는, 있다는 것도, 없다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켈리 세이건은 육신과 분리된 영혼의 존재를 긍정하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죽음을 직시하게 만들고, 이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생은 끝이 존재하기에 시작해볼 만한 것이다. 끝나지 않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설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인생이란 유효한 시간은 탄생된 자들의 특권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고유의 무늬와 결을 살려, 단 한번 주어지는 고귀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잘 살아내야 한다.

켈리 세이건은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의 요람」 한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를 대변하는 대목이다. 이 글귀는 보네거트가 임종을 맞이할 순간을 위해 준비한 기도문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2007년 4월 세상을 떠났다.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 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 봅니다.
운좋은 나 그리고 운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을 바라 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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