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다니더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꼭 챙기는 아주 오래된 녹음테잎이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말 하는 걸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 만큼 어렸을 때
저희 아빠가 녹음하신 테잎인데요.
특별한 내용은 없고 그저 당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그 테잎 안에는
어린 시절의 나뿐 아니라 저의 형제, 그리고 지금과 다르게 젊디젊으신 부모님,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동영상 녹화를 쉽게 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사진과는 또 다른 저희 가족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저희 아빠는 이 방법을 택하셨던 것 같습니다.
도중에 아빠가 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이지? 하고 물어보시고
저희가 큰 소리로 대답하는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이게 나중에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얼마나 치밀한 계획하에 녹음을 하신 건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해서
이 테잎을 재생할 수 있는 기계를 찾기가 힘듭니다.
저희 집도 언제부터인지 녹음테잎을 재생할 만한 오디오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작은 싸구려 라디오가 하나 남아있긴 한데
요즘엔 틀어보지 않아 제대로 작동을 할 지 모르겠네요.
만일 이마저도 안 되면 어떻게든 재생을 할 만한 기계를 찾으면 됩니다.
이 테잎만 가지고 있으면 말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테잎이 어떻게 보일까요?
저희 가족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테잎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오래된 낡은 테잎일 뿐이겠죠.
그냥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구닥다리 테잎 말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그 테잎이 무슨 가치가 있냐.
갖다버려도 그만인 그런 하잘것 없는 낡은 테잎에 왜 그리 집착을 하느냐
한다면 너무나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 것 없는 물건이라도
제게만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이제는 빛바랜 어린 시절 사진.
학창시절 빼곡하게 일정을 적어두었던 수첩.
외국여행때 샀다는 이유만으로 줄곧 옷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도저히 입지 못할 옷들까지.
소중한 정도가 크든 작든 간에
모두 제게는 쉽사리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입니다.
스팀잇에서의 제 계정의 가치는 어떠할까.
어젯밤부터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 스파도 적고 프사도 없습니다.
프사를 넣지 않은 것은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영향력이라곤 먼지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뉴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저에게 그 계정이 무슨 가치가 있냐고 한다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간에
무언가의 가치를 항상 객관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세상의 모든 것에는 주관적인 가치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갖가지 잡동사니들이 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잘것 없는 제 스팀잇 계정은
70여일 끊임없이 제가 남긴 흔적들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소중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의 계정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 주관적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스팀잇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는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인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