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시작한 뒤 6년여의 기간 동안 많은 토큰 투자자들을 만나보았고 또 적지 않은 수의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도와왔다. 기본적으로 이쪽 분야가 돈이 걸린 일인지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실행하기에 평균적으로 보면 상당히 수준이 높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굉장히 기초적인 사실이지만 토큰을 다루면서 종종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바로 "토큰은 현금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토큰 이코노미를 상담하며 겪었던 사례를 들어보자 (사실 한 사례가 아니라 여러 번 발견된 사례이다).
나: 발행량이 너무 많은데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A: 저희가 나중에 진행하려는게 있는데 그게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먼저 발행을 해놓고 안정성을 확보하려는겁니다.
나: 발행량이 지나치면 토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그럼 나중에 사용하려고 모아둔 토큰 가치도 많이 떨어질껍니다. 이런 생각은 해보셨나요?
A: 음...
꼭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종종 비슷한 실수를 범한다. "A토큰에 1천만원을 투자하면 연 5%의 수익을 얻는다"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굉장히 그럴싸하지만 중대한 허점이 하나 존재한다. 연 5%라는 것의 기준은 A토큰이라는 점이다. 위의 말을 정정하자면 "A토큰에 1천만원을 투자하면 10,000개의 A토큰을 살 수 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A토큰이 10,500개가 된다"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여기에 한 마디만 더 첨언하면 실수할 여지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지금은 A토큰 가격이 하나에 1천원이다. 하지만 1년 뒤 A토큰 가격은 알 수 없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토큰의 가치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토큰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나왔을 때라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 물론 초기에 내부의 충성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외부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이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토큰의 개수는 늘어나지만 현금 등 다른 자산으로 바꿀 때의 가치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토큰에 투자하거나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 때에는 언제나 토큰의 개수보다는 큰 토큰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자본의 유입을 장려할 뿐 아니라 유출에 대해서도 관대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토큰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상황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평가를 내릴 가치도 없다는 암묵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