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하필 그 사람이 생각 날까?

cjsdns(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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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하필 그 사람이 생각 날까?/cjsdns

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서울 천호동 근처 동네에서 사업을 할 때 이야기입니다.
천호동도 광장동도 잠실은 물론 강남 서초 이런 동네가 성동구에서 강남 일원이 강남구로 불리던 혹시 기억이 부정확하면 강남구에서 강동구가 다시 분리될 즈음에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광나루 다리 아래 동네도 있었고 백사장이 넓어서 다리 위쪽에서는 여름이면 해수욕이 아닌 해수욕 흉내라도 낼 수 있었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젊은 친구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갔습니다.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다시 왔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기에 그 당시는 나름 인기가 있다는 다방에를 갔습니다.
그래서 다방에 들어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가 사주를 봤답니다. 아주 용한집에 가서 봤답니다.
그랬더니 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은인을 만날 것이니 가라 한답니다.
그래서 도대체 나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없다 하니 있다고 한 번은 만난 사람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며칠을 생각해봐도 아무도 없기에 또 가서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부채인가 뭘로 한번 쥐어박으면서 그따위니 그렇게 살지 만났는데도 없다고, 내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그리고 며칠 후 저를 찾아온 겁니다.
그리고는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그대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쪽에는 아무 사람이 없고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거둬주기를 간청하는 겁니다. 이거야 원 이렇게 난감할 수가...

정말 불알 두쪽만 있지 아무것도 없는 친구인데 사정을 하니 미리 다짐을 받고 받아 드립니다.
다짐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계획한 만큼 종자돈이 생길때까지는 돈은 절대 쓰지 말고 저축할 것 일은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할 것,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이상을 했습니다.

9남매의 막내인 그 친구는 자신들의 형제의 도움은 전 혀 받지를 못하는 어려운 환경이라 일찌기 생활 전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워낙에 일을 잘하니 관심 있게 거둡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차니 장가까지 보내 줍니다.
물론 배우지는 본인이 구해 왔고요. 예식장이나 기타 부분은 많은 도움을 주어 예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미니 더욱 성실하고 사업 밑천까지 모아서 자립을 합니다.
자립이라고 해도 사업상의 도움은 여전히 주어야 했습니다.

내 말대로 열심히 하면서 시간이 흐르니 그 친구 부자가 되었습니다.
나름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고향으로 내려오니 그 친구도 따라서 내려오겠다면 서 근처에 땅이나 집을 사 달랍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내려와서 쉬고 농사도 짓도 월요일이면 올라갑니다.
동네방네 떠들고 다닙니다. 우리 형님입니다. 저의 은인입니다. 저좀 잘 봐주세요.
물론 나에게도 수없이 이야기합니다.
형님 덕분에 저 부자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형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사람 마음도 변합니다.
평생 은인으로 알고 모시겠다 하더니 시골로 내려오고 십여 년 지나니 이제는 정말 사람이 변합니다. 동네 사람 몇 이서 잘 어울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자기 혼자 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거야 그럴 수 있지요. 나야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도 없으니 말입니다.
동네에서는 이제 자신의 과거의 것들을 각색을 하고 나를 은근히 멀리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말도 뻣뻣해집니다. 참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야단을 칩니다.

그동안은 이름도 함부로 안 부르고 말도 최대한 상대를 배려해서 했는데 그날은 나도 화가 났는가 봅니다.
이름을 불러 세우고 어서 배운 버르장 머리냐, 내가 그렇게 가리켰나.

네 입으로 은인이니 살려줬니 부자를 만들어 줘서 고맙느니 하더니 이제는 내 말을 하고 다녀, 내가 너에게 욕을 먹을 짓을 했니, 했으면 말을 해봐 배은망덕을 해도 유분수지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고 다녀, 있는 이야기는 뭐든 좋은데 없는 이야기는 만들어 내지 마 사람 그러는 거 아니야, 네가 컸으니 내 품을 벗어나는 건 이해를 해 그러나 자기를 키워낸 둥지는 탓하는 게 아니야 알겠니,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을 하면 내게 갚을 생각 말고 다른
누구 에게인가, 과거의 너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림이 있으면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줘라. 그러면 됐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다.

그렇습니다.
세월이 가면 강산만 변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도 변하고 오히려 성공하고 나면 과거의 것들은 감추고 싶거나 각색을 하고 더 나가서는 전혀 딴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잘 아는 사람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멀리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거 사실 이해해야 됩니다. 그런걸 이해 못하게 되면 엄청 서운하고 배신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커온 둥지를 스스로 부정하고 불 지르는 일은 안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까지 생겨서 정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도 더 어려운 곳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입니다.

옛말에도 민심은 조석으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눈앞에 보이는 오늘의 이익이 과연 나의 진정한 이익인가,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서 양심마저 파는 행위는 아닌가, 지금의 내 행태가 소탐대실하는 전형적인 모습은 아닐까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도 염려스러운 것들은 많이 본 하루였습니다. 역시 모두가 주관적이지 객관적이지 못하는구나 역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구나, 하는 생각이 오후 내내 감돌았습니다.
내가 신호를 위반하면 정말 급해서 이고 다른 사람이 신호 위반하면 너 눈깔 삐었어 죽을래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러분 남의 잘못은 가능하면 들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도 그냥 생긴 거 아닙니다.
정치권을 봐도 남의 결점 무조건 들추어내는 사람 알고 보면 본인은 더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는 것 여러분들도 많이 보아 와서 잘 아시잖아요. 여기라고 하나도 틀린 거 같지 않습니다. 똑같은 곳이며 어떤 면에서는 더 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집 밥상머리에서 우리 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입니다.
그런데 저 역시도 내 몸 하나도 제대로 수신[修身] 하지 못하니 이런 글을 쓴다는 것도 부끄러우나 그냥은 잠들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가 아닌 미안합니다로 마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성투하시기 바라며
청평에서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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