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cjsdns(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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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cjsdns

이제 막 헤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한 작가 이 작가 두 사람만 한잔 더 한다고 근처 술집으로 사라졌다. 워낙에 술 담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죽새도 잘 맞는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 사람이 일어나 담배라도 피우러 나가면 금방 따라나서는 모습이 쌍둥이 형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나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서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나 싶다.

오늘은 문학 활동을 같이 하는 작가 분들과의 송년회를 가졌다.
이름하여 한국문인 협회 가평지부 송년 모임이다.
모처럼만에 화기애한 분위기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애초에는 계획된 것이 없었다. 가평 문학 출판 기념회도 이달에 있었고 예총 행사도 월 초에 있었기에 그냥 조용히 지내려 했는데 한 작가가 며칠 전에 사무실에 들려서 우리 망년회 안 해요 한다. 사실 조금은 난감한 질문이다. 어느 동네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문학 단체가 워낙에 재정이 어려운 터라 큰 행사를 두 개나 치르고 송년회를 또 치르기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회비를 또 걷자고 하기도 각자의 사정이 있는지라 이야기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 작가가 왔길래 한 작가가 송년회를 29일 날 하자고 하는데 어때 하고 물으니 좋지요 한다. 그래서 좋기는 한데 사실 회식비를 걷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가 다 부담하기도 요즘 내 사정이 별로인지라 좀 그래 새달초면 큰돈이 들어오니 괜찮은데 좀 그러네 하니 그럼 제가 한번 방법을 찾아보죠 한다. 그러더니 얼마나 들어가죠 한다. 그렇게 물으니 엉겁결에 칠팔십만 원은 들어갈 것 같은데 이왕 하면 2차 노래방까지는 가야지 안 그래 하고 대답을 했다. 잠시 후에 그에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온다. 내가 반 정도는 부담을 할게요 한다.

일전에 동네 반상회 모임이 있을 때 갔던 드림 닭갈비라는 집에서 모였다. 30여 명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덜 모였다. 급하게 날자를 잡고 연락은 취했으나 각자의 연말 스케줄이 바쁜지라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어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인사말을 통해서 오늘 송년회는 이 작가가 찬조를 했으며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찬조를 할 테니 일차에 이어 2차 노래방까지 빠지는 사람 없이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담 없이 마음껏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음식이 나오니 맛있게 먹으면서 한잔 하는 것은 소주 맥주 취향대로 주문을 해서 마시면서 그간에 일 년을 돌아보면서 화기애한 시간을 보냈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자리를 일어서 나오는데 정 부회장님이 아니 음식값은 벌써 석전
작가님이 내셨어요 한다. 이거야 원... 석전 작가님 어째시려고요 하니 아니 일 년 동안 회원 분들이 너무 수고들 하셨기에 이렇게 한번 내고 싶었다면서 너털웃음을 쏱아낸다.

노래방에 도착하니 큼직한 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들어서는데 깜짝 놀랐다. 벽에 스팀 잇 로고가 선명한 스티커가 붙어있고 꽁치 고등어 고래가 헤험을 치고 있었다.

노래 방에서 스팀잇 로고와 꽁치 고등어 고래를 만나다니 반가울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건 완전 대박이다 싶었다. 그래서 카운터로 가봤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카운터 뒤 벽에도 스팀잇 로고와 꽁치 고등어 고래가 유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디서 났어요? 하고 직원에게 물으니 우리 사장님이 붙여 놨어요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이야기가 우리 사장님 고래가 되고 싶다고 맨날 노래 불러요. 난 우리 사장님이 배 불뚝이라 꿀돼지 복돼지라 불렀는데 고래 고래 노래를 하시길래 고래가 뭐냐고 물으니 그런게 있어 하십니다. 그게 뭐예요? 고래가 좋은 거예요 하고 묻는다.

이 양반이 본업에는 관심이 없고 코인질만 한다는 이야기는 바람결에 들었는데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만난지가 언젠지 모르는데 완전 고래 사냥 갔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덩치로 보면 이미 그는 완전 고래다. 그런데 숨고래 역할만 하지 말고 내년에는 정말 스팀잇 고래의 꿈을 이루어 내었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봤다. 워낙 성품이 좋다는 평이 있는지라 착한 고래가 될것같은 그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 노래방은 흥겨웠다. 평소 노래 실력들을 알기에 예상은 했지만 오늘은 노래 실력들이 일취월장하는 기분이다. 반짝이는 조명과 한잔씩 들어가고 나니 이건 가수가 따로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더 더욱이 노래방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선천적인 장애가 있어 평소 의기소침해있고 말도 어눌한 태환 작가가 노래를 할 것이라 생각을 못 하였는데 마이크를 잡더니 노래를 하는데 깜짝 놀라게 한다.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니 더욱 신이 나서 하는 노래는 그 누구의 노래보다 울림이 있었다. 노래방에서 얻는 이런 울림은 흔한 것이 아닌데 축복이 내리는 날 같았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 두곡을 불렀다. 나야말로 노래를 잘 못해서 항상 뒤로 빼는데 언제부터인가 못하는 노래라도 자신 있게 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해보려 노력을 하니 음치 중에 음치에서 이제는 밀려나는 중이다. 나는 꿈의 대화와 고래 사냥을 불렀고 고래 사냥은 100점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내년에는 고래를 한 마리 끌어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의 찬 야심을 들추어 본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이지만 스팀 가격이 두어 달 전 가격이라면 1월 2월에 3월에 걸쳐서 이삼십만 개는 파워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고민이 된다. 싸게라도 팔겠다고 어느 것이라도 빨리만 팔려라 하면서 그렇게 팔고자 했던 땅들도 안 팔리더니 뭔 일인지 모르겠다. 스팀 값이 잔뜩 오르고 난 뒤에 팔리니 정말 고민이 많이 된다. 이제는 그 돈으로 5만 스파 만들기도 쉽지 않다. 큰 덩어리가 팔렸으면 했는데 덩어리 큰 것은 입질도 없다. 이런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 파워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기에 언급이 없으면 그 사람 말 뿐이야 하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하는 이야기다. 사실 여름부터는 무동산 매각을 위해서 무척 공을 드렸다. 그러나 나는 비싸게 사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사 모은 것도 3불에 시작을 해서 싼 것이 2불 정도 준 것이고 1불 할 때는 입맛만 다시고 있었지 기회가 오지를 않았다.

흥겨운 노래방을 끝으로 혜어지기는 너무 아쉬웠다.
그렇다고 노래방에서 진을 다 뺄수도 없는 노릇이고 좀더 우아한 모습으로 혜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적당하다 싶은 때를 잡아서 크리스 마스에 개업한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 한잔 하자며 노래방을 정리하고 나왔다.


텀브커피숍은 청평 터미널 바로 앞에 있다.


새로 개업한 집이라 모든것이 깔끔해 보였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분에게도 축복이 내려 대박 나는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고 커피를 마시면서 진지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어느때의 송년회 보다 알차고 의미있는 송년회가 된것 같고 내년에는 모든것이 잘 될것 같다는 생각을 나만 갖는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공감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헤어지고 나니 늦은 시간이기는 하나 오늘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기분을 기록하고 싶었다. 생각대로 잘 써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에 가서 오늘을 생각하는것보다는 나을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스티미언 여러분 모두 예쁘고 행복한 꿈 꾸시기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대문 수정본.png

청평에서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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