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은 벌써 2 달째 이 잡듯 근해를 탐사 해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소득은
없었다. 7개의 점들중 이미 다섯군데를 탐사했지만 모두 허사였다.탐사팀원
들은 점점더 의욕을 잃고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박카스 먹고 힘내.
팀장자격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철우는 성윤의 대학 동창이기도
했다. 학창 시절 친한 사람들끼리 '6인조'를 결성해 곁에 없으면 마치 죽을것
같이 친한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세월이 많이 흘러 서로에 대해 애틋한 감정
은 없었다.나머지 네명의 친구들도 연락을 않고 지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젠 우정따윈 필요 없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몇살이나 먹었다고.
이번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철우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에 될 터였다. '그'가
분명하게 약속해 줬다. '그'는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그'가 친구고 우정이었
다.그런데 괜히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성윤을 확 죽여버리고 싶었다. 미칠
듯이 살인을 하고 싶어졌다.니 또라이가?
(아 내가 왜 그러지 미친건가..)
3천톤급 모선의 제일 후미에 위치한 연구실엔 흐릿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
다.철우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피곤에 지친 연구원들이 마치 곰팡이 병에 걸
린 누에처럼 흰가운을 걸친채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투명한 실을
토해 낸 후에 번데기처럼 깊은 잠속으로 곧 빠져 들것 같은 몽롱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철우는 폐가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입안에 혀대신 모
래가 가득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화냐?
철우는 연구실 왼쪽에 나 있는 작도실의 문을 열었다. 박양이 책상위에 여러
개의 해양지도를 펼쳐 놓고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철우는 닫은 문을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려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박양은 철우의 그런 행동
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철우는 주머니에서 위스
키를 꺼내 한모금 마신 후 박양에게 다가가 위스키를 내밀었다. 박양은 고개
를 가로 저으며 거절했다.빈정이 상해 버린 철우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깊
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양은 그런 철우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끗 쳐다 본 후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니들 썸타냐?
박양의 이번 임무는 울릉도 근해의 해양생태계 조사였다. 이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나면 곧 독도의 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 일본과의
영토권문제도 있고 해서 해양수산부에서 정부정책사업으로 밀고 있는 프로
젝트였다. 웬일이냐 정부가 철들었네.
분석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바다의 사막화가 심각해 있는 상태였다.물고기들
의 서식처가 되어주던 해초들이 사라지면서 어종이 씨가 말라버렸고 그자리
를 불가사리들이 대신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종 해파리들이 유령처럼
바다속을 이리저리 떠다니며 악몽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물은 모여
서 바다를 이루고 있었지만 바다는 물을 잊은채 사막화 되어 가고 있었다.모
든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었다. 온난화 때문에 생긴 바다 온도 상승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철우가 박양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았다.그는 느닷없이 책상위
의 물건들을 한손으로 확쓸어 버렸다.우당탕하며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새끼 졸라 박력있네.순간 박양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얘들 아는 사
이네.
"뭐하는거야 지금."
"그깟 바다 생태계가 뭐가 중요해!" 그럼 뭣이 중헌디.
철우는 지금 박양을 향해 술꼬장을 부리고 있었다.보물탐사가 지지부진해지
자 엄한 사람한테 횡패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극혐이야.
"이게다 무슨 소용있냐고!"
"대체 왜 이러는거야!"
사실 철우는 전부터 박양을 맘에 들어 하고 있었다. 관심있다는 표현이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말았다.술 때문이었다. 갈증 때문이었다. 보물에
대한 탐욕과 집착이 만들어낸 괴물이 드디어 눈을 치켜뜬 것이다.철우는 멈
칫거리고 있는 박양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목이 너무 말라."
알수 없는 철우의 행동에 박양은 난처했다.그렇지만 알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든게 생태계 때문이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생태계인 사회. 거기에 독버섯
처럼 퍼져 있는 욕심때문이었다. 탐욕이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다. 황금이 탐
욕의 온도를 높이고 말았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어 사막화 시
켜 버렸다. 사막이 되어 버린 사람의 마음엔 탐욕만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
었다. 그 독버섯들이 포자를 날려 이 세상을 더 아프게 하고 있었다.약 발라.
철우는 아픈 사람이었다. 자본의 생태계에 내몰린 가벼린 초식 동물일 뿐이
었다. 박양은 위 진성과 철우의 거래를 우연찮게 접하게 되었다.그녀는 철우
를 이해 할 수 있었다.얼마나 두렵고 외로운가를.그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바다처럼 물컹한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가 철우의 손끝에 느껴졌다.
철우는 박양의 상의와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또 시작이니. 두려움과 욕정이
파도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하체에 입을 가져다댔다. 음모가 해초처럼 하
늘거리면서 입술을 간지럽혔다.바다비린내가 안개처럼 풍겼다.혀를 놀려 비
린내가 나는 샘을 애무했다.박양은 위스키를 마시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행
복이 그녀 마음의 틀을 넘쳐흘러 내렸다. 점액질이 흘러나와 철우의 혀를 흠
뻑 적셔 주었다. 끈적거리는 물이 말라 비틀어졌던 철우의 혀에 닿아 윤기있
게 만들어 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혀는 다시 살아난것만 같이 생기를 되찾
았다.계속해서 빨았다. 필사적이었다. 그는 마치 플랑크톤을 먹고 있는 물고
기처럼 행복했다. 박양은 위스키병을 거꾸로 잡고 철우의 머리 위로 뿌리기
시작했다.추르르르륵..
성윤은 모선 옆의 유인잠수정에 올라타 있었다. ROV(무인잠수정)으로 근해
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얻은게 없었다. 처음부터 잘못 판단했던 것 같았다.
사람이 직접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봐야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할수 있는것
인데 어줍잖게 기계에 너무 의존한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그는 소나(음파탐
지기)를 잠수정에서 뜯어내기 위해 몽끼를 들고 낑낑댔다. 우선 전선을 처리
하기 위해 나사를 풀었다.파도에 잠수정이 흔들려서 나사 푸는 것 조차도 쉽
지가 않았다. 이런썅, 익..순간적으로 드라이버 끝에 힘을 주다가 그만 왼손
검지 손가락을 찔러 피가 났다. 얼른 입으로 가져가 피를 빨았다. 고만좀 빨
자좀..
"아 이런 뉘미..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그거 그냥 놔두지 그러냐?"
박양의 아랫입술에 미친듯이 윗입술을 부비던 철우가 다가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벌써 끝난겨?음파탐지기 없이 탐사를 한다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철우였다. 그건 마치 쇠젓가락을 들고 세계 3차 대전에 나가는 것
과 같은 어리석은 상황이었다. 냅둬 철기시대인가 보지.
"기계엔 영혼이 없어. 그래서 촉이라는 게 없는거야. 괜히 걸리적 거리기만
한다고."
음파탐지기를 달고있으면 압력 측정기나 성분 측정기등 다른 정밀기기들과
연동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면 떼고 다니는게 탐사에 집중하기엔
휠씬 낫다고 성윤은 생각했다.
"촉? 넌 아직도 보물탐사를 느낌으로 하냐? 지금 21 세기야.우주선 타고 달
나라에 여행가는 세상이라고."
"비행기도 처음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는거 몰라?육감이란
게 있는거야. 이런일 일수록 그런게 아주 중요하지.이번엔 촉이 아주 좋아."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런 망망대해에서 촉에 의지해 일을 한다니. 약속
된 일정도 거의 끝나가고 7개의 포인트 중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남은 속이
타올라 죽겠는데 뻘소리나 하고 있는 성윤이 죽이고 싶도록 얄미웠다.
"벌써 일곱 번째야.그리고 여긴 철의 분포도가 낮아서 전에도 포기하기로 한
곳이잖아."
성윤의 생각은 달랐다. 왠지 느낌이 여기였다. 그래실껏 느껴라.
"아냐 내 예상대로라면 여기가 맞아."
"그 시간에 다른데 한번 더 가보겠다 나 같으면."
"확실하다니까."
"마지막이야, 이번에도 못찾으면 너랑나랑 손잡고 물에 빠져 뒈지는 일만 남
은거야 알어?"
"글쎄 나만 믿으라니까 그러네.'
"시발놈이 지금 장난하나. 나사 다시 채워놔. 이러다 우리 정말 다 죽는다고
미친새꺄!"
'그'는 철우에게 임무 성공시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다.돈은 물론 정교수자
리까지 마련해 주기로 약속했다. 대신 일이 어긋날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다고 했다. '그'는 냉정했다.마치 바늘 끝처럼.앗 따가워.
"그러게 왜 쇳덩어리를 탐색기에 입력해서 이렇게 속을 썩이냐고."
박양의 말대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철의 분포도 측정을 했다. 가능성 있는 곳
일곱군데를 점찍어 두고 탐사해 보았으나 지금까지는 말짱 황이었다.드레곤
볼 찾냐?
성윤은 출항전에 이미 모형배를 가지고 실제 상황을 여러번 연출해 보았다.
맨처음 영식과 함께 돈스코이를 발견했던 지점. 정확하게 그 지점을 다시 찾
아 낼 수는 없다. 설령 그 자리를 안다고 쳐도 실험결과 강한 해류가 흐르고
있어서 배가 그자리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정말 암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윤의 예리한 촉은 안테나처럼 보물을 향
해 더듬이를 활짝 펼치고 있었다.마치 보물이 근처에 있다는 듯 끊임없이 촉
이 몸부림 쳐대고 있었다.가슴이 벌렁벌렁대며 미친듯이 두근거렸다.근처해
역 수백미터 범위안에 보물은 깨끗히 샤워한후 향수뿌리고 콘돔까고 누워있
는게 분명했다. 반면 철우는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
"돈스코이가 정말 있긴 있는 거야? 너 새끼 처음부터 뻥친거지."
"뭐라고?"
"보물이고 나발이고 없는거 알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쌩쇼
하는거 아니냐고!"
"맞아 없어.시발 다 뻥이었어."
철우는 항상 이런식 이었다. 학창시절에도 성윤이 무슨 일을 벌이면 옆에서
딴지를 걸며 훼방을 놓았었다. 철우가 옛기억을 떠올리듯 아련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시발 갑자기 신애가 생각나네."
"너 이새끼 지금.."
대학생인 성윤은 의상학과 여학생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워낙 미모가 출중
하고 화려한 여자애라 남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성윤이 감미로운
말빨로 꼬셔서 술까지 먹게 되었다. 감히 용기가 없어 그 여자애에게 말도
못 붙이던 철우는 그 사실을 알고 성윤을 졸라 이 자리에 합석을 하게 되었
다. 여자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것 같다며 철우가 성윤에게 간곡
히 부탁했었다.셋은 아주 기분좋게 술을 마셨다.기분이 너무 좋아서 부어라
마셔라 했다.마치 세상을 다 얻은듯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상쾌하고 맑았다.
약 먹었냐?
술자리가 끝날 무렵 성윤은 정신을 잃고 술집 앞에 쓰려져 잠이 들었고 철우
는 떡이 된 여자애를 등에 엎고 모텔로 데려갔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철우
가 두 사람의 술잔에 신종 취음제를 타 여자애를 따먹으려고 일을 꾸몄던 것
이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더라니 결국 약기운 때문이었던 것이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 할것 같다는 철우의 말은 전부 구라였고 더러운 속내
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새끼 양아치네.
그날밤 철우는 모텔에서 미모의 의상학과 여자애 의상을 실오라기 하나 남
겨 놓지 않고 모두 벗긴 후 수차례 강간을 했다. 나중에라도 혹시 몰라 사진
까지 찍어 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런짓 처음 아니지?
철우는 아침 일찍 모텔을 나왔고 뒤늦게 깨어난 여자애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자신의 몸을 보고 절규했다. 모든게 성윤의 짓인줄 알고 성윤을 강간죄
로 신고하려했다. 성윤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범인이 철우인 것을 알고 여
자는 더욱 분노했다.
그녀는 철우를 강간죄로 집어 넣기 위해서 경찰에 수사를 요청 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성범죄는 신고제라 피해자 신고가 있어야 죄를 물을 수 있었다.
이를 먼저 눈치챈 철우는 사진으로 이에 맞받아 쳤다. 경찰에 신고하면 이판
사판으로 인터넷에 여자의 나체사진을 뿌린다고 협박을 한것이다.결국 여자
는 철우에 대한 경찰수사를 포기하고 학교도 그만 둔채 멀리 이사를 떠났다.
그 후 대인기피증에 걸려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막장드라마네.
철우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후로도 수소문하여 주소지를 알아내어 찾아가
계속해서 강제로 관계를 가졌다.모텔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이 제대로 먹혔던 것이다. 잦은 강제 섹스로 인해 여자는 급기야 임신까
하게 되었다. 철우는 맛이 떨어진다며 관계시 콘돔을 쓰지 않았는데 이게 화
근이 된 것이다.나도 노콘인데. 이를 기회로 철우는 여자를 영원히 차지하려
들었다.쌍또라이.
"신애야 우리 결혼하자."
(악마같은 놈에게 따먹히는 것도 악몽 같은데 결혼을 하자고?)
신애는 차라리 죽어 버릴까,라는 생각도 여러번 해보았지만 다 부질 없는 짓
이었다. 너무 오랜동안 강제로 관계를 가진탓에 신애는 몸과 마음이 지칠대
로 지쳐 있었다. 삶의 의욕이 사라지자 분노도 함께 눈처럼 녹아 버렸다. 무
기력증에 걸려버린 것이다.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신애 부모는 번듯한 가
문 출신인 철우를 사위로 맞는다며 좋아했다. 철우측 부모님들도 예쁘고 예
의바른 신애를 며느리감으로 맞는다며 흡족해했다.집구석 잘 돌아간다.
결국 일은 결혼식 당일날 터지고 말았다. 신부 대기실에서 곱게 화장을 마친
신애가 결혼식장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예식시간이 다가오자 호텔결혼식
장 메니져가 굳은 얼굴로 철우를 찾아와 신부의 부재를 알렸다.
화장을 마친 신애는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벌써 임신 6개월에 접어 들어
몸이 무거웠지만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이 있었기에 이를 악물었다. 힘겹게
옥상에 오르자 태양은 붉게 타올라 있었으며 구름은 높이 날아올라 해에 달
라 붙어있었다.사람들의 눈엔 화창한 5월의 주말아침처럼 느껴졌지만 신애
눈엔 달랐다.태양은 마치 자신의 가녀린 난자처럼 보였고 누런 구름은 철우
의 정액처럼 역겨워 보였다. 봄의 하늘을 떠다니는 꽃가루는 철우의 정충처
럼 역겹게 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죽으라고 일부러 세팅을 해놓은 듯한 주
말 아침이었다. 신애는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성윤에게 마지막으로 전화
를 걸었다.일났네.
"뚜뚜뚜.."
철우와 신애와의 결혼 소식을 접해 듣고 마음이 상해 룸싸롱가서 전날 새벽
까지 떡이 되도록 술을 퍼마시고 찰지게 떡도 친 성윤은 좀아까 새벽에 끈적
하게 떡한번 더 치고 떡실신 해버리고 말았다. 이젠 마돈나가 찢어진 스타킹
을 입은채 밝히는 친구 한명을 데리고 침실로 기어들어와도 세울 힘이 없었
다. 뭘 세워?
이런 추잡한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신애는 성윤에게 애절한 문자를 날렸다.
"이해해줘."
신애는 철우와 한평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같이 살다가는 그를 죽이게
될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면 그의 죄가 너무 가벼워지는 것이다.너무쉽게 속
죄가 되는것이다.백년만년 살면서 지은 죗값을 갚아가며 자책하며 아파하며
살아가게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보낼수는 없었다. 복수할 방법을 찾
고 있던 중 임신한 사실을 알게된 그녀는 철우와의 결혼을 결심했던 것이다.
결혼식 당일날 그의 애와 함께 죽어 비극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으로 철저하
게 복수해 주고 싶었다. 살벌하네.
"풀썩.."
악의 씨앗은 그싹을 틔우지 못하고 숙주와 함께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에 떨
어져 생을 마감했다. 세상은 어이없고 아이러니했다. 신애의 의도와는 다르
게 이번사건은 신부의 정신병력에 의한 돌출행동으로 수사가 종결되었으니
말이다. 전에 대인기피증세로 병원에 처방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우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덤덤하게 다시 일상생활을 시작했다.그는 어떤
자책감이나 후회 같은게 없었다. 다만 감정의 찌꺼기가 조금 남아 있을 뿐이
었다. 자신이 신애에게 가졌던 감정이 사랑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어쩌면 그
냥 집착이었을까. 아주 가끔 그게 궁금할뿐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다.
"이해해줘." 신애가 성윤에게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였다. 미친 여자가 남긴
글치곤 너무 심오한 뜻이 담겨 있었다. 뭐가 심오하단 소린지.
성윤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이해 할 수 없었다. 신애가
날 사랑했었던 걸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을텐데.복수 때문이었을
까. 철우가 너무 미웠던 걸까. 그렇다고 죽어? 죽음은 그렇게 낯설었다.성윤
은 그어떤 방정식을 꺼내어 봐도 죽음이라는 답을 얻어낼 수는 없었다. 왜냐
면 죽음은 수학이 아니니까.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나아가 인간의 삶은 계
산을 통해서 얻는 답이 아니니까. 신애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니 입으로 신애얘길 꺼내냐?"
철우와 신애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알고 있는 성윤은 느닷없이 철우의 입
에서 나온 신애얘기에 당황해했다.철우가 낯설었다.어색하고 불편했다.그리
고 화가 치밀었다.그냥 인간 쓰레기 정도로 치부해 두었던 철우.그런데 지금
철우는 신애가 생각난다고 지껄이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신애 얘길 꺼내
는 철우가 마치 짐승처럼 느껴졌다. 그의 뻔뻔함에 그의 동물성에 구역질이
났다.
"왜, 나는 신애 얘기하면 안되냐?"
철우는 파렴치하기까지 했다. 해양치매에 걸린 듯 아무렇지도 않게 신애를
입에 올리고 있다. 감히 그녀를 말하고 있다. 죽은 사람이라고해서 신애처럼
이렇게 업신여김을 당한다면 그 누구도 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답게 살아 인마."
"삐지긴 기집애처럼.암튼 수고해!"
삐진건 아닌데 열이 받았다. 뭔가 할말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할말이 없었다.
아니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성윤은 잠수정의 해치를 거칠게 닫았다. 꽝.. 잠
수정은 평온을 찾아 깊은 바다 속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