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6 위험한 그녀
온갖 과대망상으로 머리통을 채우고 있는 사이 차는 우암역 앞 떡볶이 집
에 도착했다.끼익..
벌써 아침6시다. 나는 멋진 도끼자국을 하체에 지니고 있을것같은 그녀와
함께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아침을 맞이했던 것이다. 미친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어떻게 부산까지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녀는 마치 새벽공기로 샴프샤워를 한듯 한떨기 장미꽃으로 싱그럽게 피
어나 있었다.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조심스럽게 넘기며 야들야들한 떡뽁
이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모습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 없었다.간밤에 얼음
처럼 차가운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먹고있었다.게다가 날보고 웃네. 내가 미쳐. 에라 실 없는 놈아.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차마 한입 달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져 바라
보기만 하는데도 세기의 걸작을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황홀했다.
'호로록호로록 짭짭.'여자의 먹는 모습에 홀딱 반한 난 넋을 잃고 계속바라
봤다.그러는 사이 내 머릿속에는 수수께끼 같은 여자에 대해 풀리지 않는
두가지 의문점이 생겨났다. 하나는 어쩜 저렇게 먹는 모습이 이쁘고 귀여
울까였고 나머지 하나는 예쁜만큼 마음씨도 고와서 택시비를 후하게 쳐줄
까였다.
그녀의 이빨에 낀 고추가루마저도 이젠 금가루로 보였다. 총알택시를 너무
많이 몰아서 내머리속에 총알이 박힌건가. 이거 수술하면 실비보험처리는
되는건가. 잔돈이 없다는 그녀를 위해 계산은 내가 대신 했다.알아 나 얼빵
하다는거..그러나 어쩌냐 이쁜데..
"올라가는 길에 천안에서 호두과자 먹고 가요."
떡뽁이를 5인분이나 먹어치운 그녀는 물 한잔을 원샷하더니 벌써 다음 먹
거리를 기획하고 있었다.
(어쩌면 배도 안나오니 이뻐 죽겄어 그냥.그래 가자 까짓꺼.근데 얘 지금 나
한테 말을 높였네.아아 아깐 배가 고파서 그렇게 반말하며 까칠했던 거였었
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아암 그렇고 말고.)
천안으로 올라오는 길에 어쩌나 보려고 일부러 fx노래를 틀었다. 자신이 설
리 닮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보려고. 그녀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따라 부르
고 있었다.
"아, 데인져러스~, 데인져러스~"
(그래 정말 데인져러스다. 넌 왠지 벼랑끝에 피어있는 꽃처럼 위험해보여.
손에 잡히는 순간 아아아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것만 같아. 그렇지만 미치도록 향기롭고 매력적이야 넌. 아
이를 어쩐다냐.매혹적이지만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을것 같은 너를..아
마도..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그녀와 나 사이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동안
서로 마주치지 않고 살아왔었지만 결국은 만나게 될 인연의 연결고리가 강
하게 이어져 있었던것 같았다. 그녀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이미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야.
뭐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 다가오는 끈끈한 느낌같은 거. 동물
적인 육감은 항상 이성보다 정확한 법이었다. 염병하네.
"fx 설리 닮은 거 알아요?"
"자주 들어요."
(그러면 그렇지.예쁜 애들은 지가 예쁜거 이미 다 알고 있더라고. 어디서 가
르쳐 주나봐. 암튼 모르고 있었더라면 더 이뻐질 수 있었는데 아쉽군.)
솔직히 눈이 까뒤집히도록 이쁜여자가 하나 있다고치자. 그여자가 자신의
미모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면 그 아름다움은 10만배는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그 빛이 남자들의 눈알을 멀게 해 그녀는 썬그라스의 여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지.세상의 예쁜여자들이
아직 이 단순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자신이 이
쁘다고 생각되는 여자들은 얼굴빨 세우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겸손해져봐.
하늘아래 제일 평온하다는 동네 천안. 제일 유명한 호두과자 가게에 드디어
도착했다. 거금 10만원을 들여 호두과자를 샀다. 백만원짜리 수표밖에 없
다는 그녀 말에 넘아간 것이다. 요즘도 수표 쓰는 사람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녀 옆자리에는 부산우암동인지 우라질동인지에서 산 떡뽁이 10
인분이 팅팅 불은 채 냄새를 피우며 죽어가고 있었다.그런데 여기에 호두과
자 20봉지를 더 산것이다. 자리가 모자라 조수석에까지 잔뜩 때려 실어야
했다. 천안의 하늘은 존나게 평안할지 몰라도 그 하늘 아래 있는 인간들은
존나 빡쎄게 살고 있는 것이다.
(차비도 못받고 계속 내돈만 쓰고 정말 미치겠네. 이걸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거야. 계속 받아주었다가는 아주 거덜나게 생겼는데. 그나저나 이 여
자가 정말 택시 요금을 계산 할 능력이 있을까.지금이라도 수표 좀 보자고
말을 꺼내야하나. 늦었어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