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안에 같은 넓이의 두면을 지나가는 공기의 흐름은 일정하다.
그러나 한면의 길이가 넓다면 같은 시간 안에 두면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은 달라진다. 넓은쪽 면을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져야 같은
시간안에 똑같은 양의 공기가 흐를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공기가
빨리 흐르는 쪽을 향해 힘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양력'이
다. 비행기의 날개는 아래쪽 면이 더 길어 윗방향으로 양력이 발생
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마찬가지로 변화
구는 볼이 더 빨리 회전 할수록 꺾이는 각도가 예리해지고 종속이 좋
아지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문서에는 공의 그립형태와 볼의 회전속도 그리고 우연인
지 모르지만 언더핸드의 팔 회전각을 3가지 변수로 나누어 3차 함수
로 나타내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깊은 연구가 진행되어 있었다.3차 함수의 정해진 공식으로 잘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이 변하는 각 구간마다의 변화값을 미분,적분
을 이용해 나누고 합칠 수 있게끔 수식으로 나타내어져 있었다. 할아
버지가 정말 그시대에 이정도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는게 믿어지질 않
았다. 나는 햄머로 머리통을 얻어 맞은 것처럼 엄청난 충격과 설레임
에 몸을 떨었다.정말이지 M.C 햄머(미국 랩가수) 이후로 가장 충격적
인 햄머였다. 당장 다시 야구장으로 달려가서 이 이론을 직접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이론은 정확했다. 야구볼은 좌우가 대칭한다. 따라서 180도로 야구공
의 각도를 나누어 그립의 위치를 지정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팔의 각
을 계산해 공식에 끼워 넣는다. 이렇게 던져진 145그램의 공은 약 18.
8 m를 날아 포수 미트속으로 빨려들어간다.미분함수의 해를 구해보면
타자앞에서의 볼의 변화각과 포수미트속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까지
의 변화각까지 정확히 계산해 낼 수가 있었다. 인크레더블!!
나는 선천적으로 긴 손가락과 뛰어난 기억력으로 모든 각을 다 외워
버렸다. 이젠 그립과 팔의 각만으로도 포크볼의 괘적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괘적을 알면 이를 타자에 적용시켜 헛스윙, 또는 뜬볼을
만들어내거나 내야땅볼을 유도하면 되는 것이다.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커터 등 모든 공을 다 시험해 보았다.엄청
난 체력이 소요되었지만 무시무시한 아귀힘과 유전적으로 야구에 특
화되어 있는 나의 신체는 할아버지의 연구결과물들을 빠르게 흡수했
다. 마치 맞춤형 정장을 입는 것처럼 스킬들이 온몸의 신경에 착착
들어 맞았다.
거기엔 예상치 못했던 팁들도 무수히 들어 있었는데 하나를 예로 들
어보자면 그동안 나는 포크볼을 손가락 힘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낚아채려고만 했다. 그러다보니 줄곧 제구가 흐트러지고 볼이 가벼
워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채지말고 끝까지 밀라고 써 놓
았다.낚아채는 대신 끝까지 볼을 밀면 포크볼의 제구가 훨씬더 좋아
지고 무엇보다 엄청난 각도를 이루며 떨어졌다. 속도 또한 엄청나다.
질량에 비례하는 가속도가 실려서 종속까지 좋아진다. 볼은 포수의
미트속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휘어진다. 그래서 포수가 볼을
번번히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프를 그려보니 40도 넘
는 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투수의 볼 던지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과 하모니를 이
루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똘똘 뭉쳐서 하나가
되어 있는 팀은 그 어떤 강팀이 와도 절대 무너트릴 수 없다는 결론
을 도출해 내놓고 효율적인 팀플레이와 팀이 강하게 뭉치기 위한 투
수의 자세에 대해서 기술해 놓았다.
투수는 같은 팀 동료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나의 뒤엔 항상
나를 지켜주는 동료들이 있다고 생각하라.
투수는 게임 도중엔 절대 웃으면 안 된다. 다만 클럽 하우스에서
만큼은 예외다.
선발 투수는 부모된 마음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내 경제적으
로 어려운 팀동료를 도와 주어야 한다.
투수는 수비수의 실책을 비난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욕을 해서도
안된다.수비실책이 나왔을 경우 비난보다는 격려를 하라.
.
.
.
가만보니 투수라는 포지션은 마치 신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졌다.스
킬 뿐만 아니라 인성부분에까지 완벽함을 갖추어야하고 있어야 하
는것 같았다. 반신반인이 되어 마운드에 서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
은 야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참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이기도 했
다.
(할아버지는 야구를 하기전에 먼저 인간이 되길 바라신 걸까. 지금
의 나를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학교에서는 선생한테 욕질하고 애
들 후려패고 그렇게 깽판치고서도 모자라 아지트에 가서는 신분에
맞지않게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까지 따먹고.. 온갖 향락에 빠져사
는 나는 야구할 자격도 없는것 같았다.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당장 야구를 때려쳐야하나.
아냐 그럴순 없어.한꺼번에 당장 생활패턴을 바꿀 수는 없어도 천
천히 바꾸어 가면 될것이다. 그래 한발씩 내딛는거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보기로 마음먹고 당장 모범을 보이려
노력했다. 물주전자를 날라다가 야구부 애들 먹이고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음료수도 사다 쳐먹이고 간식도 먹였다. 휴식중에는 가급적
동료들에게 웃어주었다.헤헤..
"너 약 쳐먹었냐?"
양아치감독이 치벅치벅 다가와 또 시비를 걸었다.
"약은 약사에게 간식은 삼락이에게. 헤헤..."
"어쭈 애봐라 하루사이에 진짜 이상해졌네.너 소문대로 어제밤 똥
차에 치여 뺑소니 당했냐? 왜 똥냄새를 풍겨!"
제자가 크게 깨닭은 바가 있어서 갱생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
다는데 망할놈의 선생새끼는 똥냄새 풍기지 말랜다. 똥을 망치모양
으로 햇빛에 말려서 죽을때까지 마빡을 까버리고 싶었지만 한편으
론 이해가 되었다. 하룻밤 사이에 애가 180도로 변해버리니까 학교
에 요상한 소문이 나돌았다.누군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하고 또
다른 누구는 번개를 맞아 머리속이 타서 뇌가 없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잡소문을 들은 감독은 내 머리통을 두들겨 보았다. 탕!탕!
빈 깡통소리가 났다.
"이상하네 평상시 그대로인데.."
"이상 없어."
아무이상없다는 내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살폈다.
"곰곰히 생각해봐. 어제 집에 가다가 누가 짱돌로 뒷통수깐적 없는
지. 어떤 새낀지 말해. 엉아가 복수해 줄테니."
"짱돌 안 맞았어. 멀쩡해."
감독은 그제서야 천만 다행이라며 안심하고는 삼락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럼 저기 삼락아 만원만 줘봐. 담배사게."
"음 여기 이만원."
삼락이 이만원을 내밀자 감독이 눈을 얇게 뜨고는 삼락을 야렸다.
만원정도는 어떻게 대충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서 떼어 먹으려고
했는데 이만원은 떼어먹기 곤란할 것 같다는 억울하단 표정을 짓
고 있었다.삼락이 눈치를 까고 감독을 안심시켜 주었다.
"안 갚아도 되.그냥 가져."
어쩐 일인지 혀가 안 꼬이고 정상적으로 발음이 되었다.착한 일을
많이해서 좋은 일이 생긴건가.
"응 그래 고마워 잘쓸께. 니껀 무슨담배로 사올까."
"담배 끊었어."
할아버지의 연구결과를 수행하려면 담배는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야구연습 말고도 앞으로 최소 3시간 이상씩 따로 운동을 해도 따라
갈까말까 할 정도로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담배따위는 끼어들 틈도
없었다.
"와우 우리 삼락이 짱멋져.."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삼락은 당장 공
식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공격과 수비조로 나누어 모의 게임을 실
시했다. 삼락을 비롯한 수비조가 각 포지션 자리에 들어갔다.
1번-투수
2번-포수
3번-1루수
4번-2루수
5번-3루수
6번-유격수
7번-좌익수
8번-중견수
9번-우익수
모두 제자리로 들어가 플레이를 외쳤다. 야구의 모든 것은 투수의 손
끝에서 시작이 된다. 그래서 투수가 1번이다. 삼락은 포크볼 그립을
잡고 팔의 각도를 예리하게 조종했다. 이대로 던지면 크게 떨어지는
각좋은 포크볼이 될것이다. 헛스윙 아니면 쳐봐야 볼의 윗부분을 맞
추어 땅볼, 또는 볼의 아랫부분을 맞추어 파울볼이 될것이다.삼락은
파울볼을 만들기 위해 그립과 팔의 각도를 조종해 볼의 각을 3도 정
도 줄였다. 이러면 포크의 떨어지는 각이 조금 죽어서 늦게 떨어지고
그러면 타자의 방망이가 볼의 아랫부분을 맞추어 위로 뜨는 파울볼이
예상된다.
"와인드 업..슉.."
볼은 정확하게 예상궤도를 타며 날아갔다.몹시 흥분되고 기대되는 순
간이었다. 타자는 떨어지는 포크볼을 기다렸단 듯이 쳐냈다. 딱..
베트의 중심에 맞았음에도 볼은 하늘높이 치솟아 떠버렸다.포수가 마
스크를 벗어서 집어던져버리고 떠오른 공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약
15미터가량 떠오른 볼은 포수가 손쉽게 잡아 내었다. 캐치업 ,아웃.
"와, 최 삼락 최고.."
지금까지 유심히 바라보고만 있던 감독이 또 호들갑을 떨었다.감독은
겉으론 호들갑을 떨어 있어도 삼락의 공이 공이 정확한 계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야
구 생활 40년에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이건 야구에 있
어서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혁명..
그것은 기존 질서의 붕괴를 의미했다.
감독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온몸이 서늘했다.그리고 그 신선함에 뼈
가 시려왔다.어쩌면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후계자가 바로
최 삼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