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의 모험 별책부록∥집의 이상(理想)을 찾아가는 모험

chaelinjane(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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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의 모험 별책부록 )

사랑스러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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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숲 공기를 들이마시는 삶





 파인힐의 이상한 플랫에서 탈출한 지 열흘이 지났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주었고 그 행운에 부합하는 노력의 결과, 우리는 비약적으로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타인의 집 한 켠에 들어가 부엌을 공유해야는 셋방살이 플랫이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마스터룸이라 독립된 넓은 원룸에서 지내는 것처럼 자유롭다. 전기세, 물세, 인터넷 요금은 집 주인이 내기 때문에 우리는 아껴쓰는 노력만 하면 된다. 플랫이 아니라 렌트로 살기 위해서는 각종 요금을 제외하고 집세만 해도 주당 $300 이상을 내야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지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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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elinjane






 게다가 이 집에는 우리가 한국의 원룸에서 지낼 때보다 훨씬 큰 가정용 냉장고가 테라스로 나가는 코너에 자리하고 있다. 이전 플랫에서처럼 냉장실과 냉동실 각 한 칸에 음식물을 꾸역꾸역 넣어 놓지 않아도 된다. 식재료를 보관할 자리가 없어 사나흘에 한번씩 장을 봐야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만 봐도 되고, 양파나 당근은 부피가 커도 상관이 없으니 훨씬 싼 가격에 더 많이 사올 수 있게 되었다. 화장실이나 세탁기 사용 때문에 더 이상 눈치 싸움을 하거나 스케쥴이 엉키지 않아도 되고, 공간도 약 2.5배 넓어져 요가 같은 운동도 둘이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40 더 주고 구매한 자유로 그보다 더 한 신체적·정신적 평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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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elinjane






 우리 방 옆으로는 숲으로 뚫린 나무 데크가 있다. 모던하거나 아름답지는 않다. 자연 속에 방치된, 자연과 건축물 그 사이의 상태로 어우러져 있다. 데크 근처에다가 먹고 남긴 토스트 몇 조각을 떼어 던져 놓으면 산새들이 찾아와 집어 먹고 나무 위에 올라가 딴청을 부린다. 사실 며칠 전 라글란 캠핑장에서 아침을 보냈을 때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맡을 수 있는 숲 냄새가 훨씬 짙고 달콤하다는 것을. 라글란에 다녀온 이후로 아침에 눈만 뜨면 테라스로 달려가서 오랜 나무들이 선사하는 피톤치드를 흠뻑 받아 마신다. 울창한 숲이 집과 집 사이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숲의 중턱에 사는 거나 다름이 없다. 아침 햇볕이 무수한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헤치고 나올 때면, 살포시 덮인 새벽 안개가 형체를 드러낸다. 자연이 주는 중독성 강한 치료제. 돌아서면 이 향기를 다시 맡고 싶어서, 그 다음의 밤과 아침 사이의 시간을 고대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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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elinjane






 세계 여러 나라의 집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으니 내가 가장 우선시 하고 싶은 주거 환경이 무엇인지 알겠다. 번화가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신뢰할 수 있는 자연'에 둘러 싸여 있는 곳. 신선한 공기가 전국적으로 보장된 곳. 하루종일 햇볕이 닿는 곳. 창이 넓은 곳. 앞으로 선택지가 달라지더라도 마음에서 자리 잡은 이 기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과연 이 모험의 정착지는 어디가 될까.




│by chaelinjane@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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