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집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제 안에 잠재되어있는 댄서로서의 욕망을 일깨워 주었다면
3,4집의 앨범은 기타 연주자로서의 욕망을 터뜨려준 앨범이었습니다.
당시 빨간머리의 서태지는 기타를 멋드러지게 연주하던 필승이라는 뮤직 비디오를 통해
'나도 한번 기타를 배워볼까?'
하고 꽤나 강렬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이제 막 걸음마를 땔 무렵 그분은 휙하니 은퇴를 선언하셨죠.
그때 기타수준은 겨우 교회에 방치되있는 기타를 가지고
C 키... G7키... F키...(소리가 안나서 포기)
를 반복하던 시절이었고 실력도 문제였지만
당시에는 서태지 노래를 연주하고 싶어도 연주악보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습니다.
아직 인터넷은 커녕 소수의 얼리어댑터들만이 하늘소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01410 에 접속하던 시절 컴퓨터는 플로피디스크로 카피해온 게임을 돌리는 게임기일 뿐이던 제게는 연주하고 싶은 노래의 악보, 연주법을 배울 방법은 을지악보에 나온 코드가 전부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설령 노란색 악보를 사와서 나와있는 코드를 통기타로 고고나 칼립소 주법으로 아무리 연주해도 교실 이데아 나 필승의 느낌이 날리 만무했죠.
그러던 시절 라디오를 듣다가 '어? 이곡은 통기타로 비슷하게 칠 수 있겠다!' 하는 곡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으로 시작하는 당시 초딩국딩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는 통기타선율과 보컬만 더해졌음에도 멋지게 들렸습니다.
매번 내가 사온 수많은 병아리들은 죄다 닭이 되지 못하고 슬픈 죽음을 맞이했기에... 그 노래가 더욱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일까요?
무튼 아르페지오 주법이 뭔지는 겨우 알던 즈음 서점에 가서 사지도 않을 최신 히트곡 모음집 책을 책방주인의 눈치를 보며 펼쳐보고...
대놓고 노트에 배껴가면 아저씨한테 혼날까봐 앞의 소절의 코드 순서를 외웠습니다.
C Dm Em F G7
코러스 코드까진 외울 머리가 안되어 벌스 앞부분 코드만 외워오고
그다음 방문 때 마치 오늘 최신 히트곡 모음집을 처음보는것 같은 어색한 연기와 함께 같은 책 같은 페이지를 펴고 후렴부분 코드 순서를 외워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넥스트라는 밴드는 병아리를 추모하는 발라드를 부르는 밴드구나 하고 크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옆반에 친구에게 놀러갈 때마다
항상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여학우가 있었습니다. 하교시간 가까워졌을때 겨우 볼수 있던 그녀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구요.
덕분에 주위에선 "저 애는 밤마다 나이많은 언니,오빠들과 어디어디를 다닌다더라"라는 소문이 따라다니는 아이였죠.
저와 공통분모가 없는 그 친구와 말을 섞을일이 없었는데 어느날 그녀가 갑자기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야~! 너 (수학여행 때) 날아라 병아리 불렀다며? 너 넥스트 좋아해?"
처음 보고 듣는 활기찬 그아이의 표정과 목소리에 제가 뭐라고 답을 하긴 했었고... 그 다음날 그 아이는 저에게 부탁한 적도 없는 시디 2장을 빌려 줬습니다.
"이거 집에가서 제대로 들어봐. 넌 아직 제대로 된 넥스트를 모르는거야~"
알고보니 그녀는 또래중에 흔치 않던 넥서스(당시 넥스트 팬클럽)의 핵심멤버 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전축앞에 앉아
'이 밴드는 날아라 병아리 말고 무슨곡이 있나' 하는 느슨한 마음으로 재생을 시작했고...
그동안 5분 넘는 노래는 들어본적이 없던 저의 귓가에서는 아래의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