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에도 성차별이 존재했다?

brickmaster(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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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0년차 레고인 브라이언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레고 시티 제품군 중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출시되는 제품은 단연 경찰서와 소방서입니다. 그래서 레고 시티는 경찰국가의 도시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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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고 제품에서 특정 직업만 계속해서 출시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 그러니까 성역할을 고정시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제품을 수십년간 내놓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느 제품에도 여자 경찰관, 여자 소방관은 없으며 건설 공사장의 인부나 기관사, 거리의 흔한 행인도 직업이 있는 역할은 거의 다 남자의 몫이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자 피겨가 희귀해져 남자 피겨보다 가격이 비싸게 거래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여자 아이를 위한 레고를 표방한 제품에는 여자 피겨가 많이 들어 있기는 합니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출시된 파라디사(Paradisa) 시리즈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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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디사 시리즈 속 여자 피겨들은 특별한 직업도 없이 놀기만 하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제품이 담고 있는 장소도 카페, 해변가, 승마장, 오두막 등 일을 하는 곳과는 거리가 먼 곳들입니다. 여성을 집에서 살림이나 하고 온실에서 화초처럼 돌보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죠.

제품에 사용된 브릭도 파스텔톤의 독특한 색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는 분홍분홍한 색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까요? 저는 이러한 학습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여자란 이래야 한다는 고정 관념의 틀에 갇혀 버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행히 레고사는 2014년부터 조금씩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출발점이 된 제품이 21110 Research Institut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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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듯 과학 실험실 안에 있는 과학자는 모두 여성입니다. 더 재미난 것은 이 제품이 레고 아이디어즈를 통해 제품화됐다는 사실입니다. 레고 아이디어즈는팬 투표를 통해 1만 표 이상의 지지를 받은 창작품 중 레고사 내부의 심사를 거쳐 제품으로 출시하는 일종의 오디션 제도입니다.

과학 실험실 속 피겨가 모두 여성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파격적이었지만 제품화까지 성사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레고사 역시 이 제품을 통해 레고 제품이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떨쳐내고 싶은 속마음이 없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레고사는 이 제품의 출시와 맞물려 엄청난 홍보전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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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은 큰 인기를 끈 것 같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닥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레고코리아는 우리나라 시장에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제품 이름을 '여성과학자'로 붙여서 출시한 것이죠. 성차별적인 이슈에서 벗어나려고 내놓은 제품에 '여성'과학자라는 이름을 붙이다니요.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했는지 지금 21110 제품 검색을 해보면 연구소라는 이름만 나옵니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니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2017년 레고사는 아이디어즈 심사를 통과한 21312 Women of NASA를 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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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같은 해에 개봉한(제작은 2016년) 영화 히든피겨스(Hidden Figures)에서 모티브를 따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히든피겨스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던 흑인 여성 과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흑인에 여성이라는 것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대충은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레고 21312에 포함된 여성 피겨 4개 중 하나만 제외하고 백인입니다. 영화와 다른 시대의 인물들을 제품화했기 때문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피겨는 각각 아폴로 계획의 시스템 엔지니어 마가렛 해밀턴,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인 메이 제미슨과 허블 우주 망원경을 주도한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라고 합니다.

이런 노력 덕인지 레고 제품에는 갈수록 여성 피겨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직업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레고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한 번쯤은 갖고 놀게 되는 장난감입니다. 이런 장난감일수록 잘못된 개념을 무의식중에 심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꾸준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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