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로드

boeun(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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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종말이 왔고 아버지와 아들은 살아남았다. 멸망한 세상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 과연 살아남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버지와 아들은 남았다. 물론 처음에는 어머니도 있었지만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은 하지 않겠다. 세상에 종말이 왔는데 거기서 살아남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더 이상 어떤 것에도 희열과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텐데 거기서 살아남았다고 좋아해야 하나.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아 헤메이면서, 먹을 것을 찾은 날은 기뻐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암울하다. 아버지는 사실 아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계속 살아갔을 것이다. 자신이 죽는다면 이 아이가 혼자 남겨질테니. 그래서 아버지는 죽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나였다면 아마 바로 자살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도 자살을 한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세계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너진다. 처음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마음 속에 불씨를 가져라. 아버지는 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이런 세계에서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아버지는 자신이 했던 말과는 반대되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의 위로의 존재가 된다. 사실 이런 행동은 정말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멸망한 상황에 아버지의 역할이라든가 심리적 안정같은 것들을 아이에게 어떻게 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자식이 아버지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안된다. 자식이 아버지에게 우리는 착한 사람이 맞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와서도 안되고, 자식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누군가에게 물건을 빼앗는 모습도 보여줘서는 안된다. 아이는 아버지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공포를 느낄 것이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가 느낀 부담감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공포는 어마할 것이다. 나는 그런 것도 심리적 학대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식이 위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 영화 내의, 종말한 지구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로 이런 것들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술을 먹고 자식이 듣는 앞에서 힘들다든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든가, 이런 것들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을 자식이 들었을 때 자식이 느끼는 공포를 부모는 모른다. 아니면 자기의 감정에 너무 취해서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것이던가. 물론 힘들 수 있다. 부모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이 공포를 느낄만큼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생각보다 자식은 부모의 힘듦에 민감하게 내상을 입는다. 이때 자식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라는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영화 내용과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은데.. 어쨌든 영화는 꽤 재밌었다. 근데 별 내용은 없다. 두 시간동안 그냥 돌아다니는 것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