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
어릴 때를 추억하면서
굉장히 쉽게 친구를 만들었고 유지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곰곰히, 자세하게 생각해보면
그 친구라는 존재가 '그냥' 내 옆에 있진 않았을꺼야.
같이 축구를 자주 했든 수다를 많이 떨었든
뭔가를 함께 많이 했을꺼야.
그리고 내 옆에 있었던 나랑 나이가 같은 사람들이
정말 '친구'였는지도 고민해봐야될거야.
친구라는 관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경험하고 결정해서 만드는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관계의 형태야.
그래서 어떤 사람이 나와 맞는지,
어떤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지 등
사람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되는지와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끝맺을
나름의 기준과 방법들을 찾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겪어 봐야해.
당연히 실패가 동반될 수 밖에 없어.
잘못된 사람과 친구가 되보고
조금 엇나간 관계를 친구라고 믿어보기도 하고
친구라는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의미하는지,
친구라는 관계에서 내가 어디까지 인정해야하고
얼마나 희생해야하고
넘으면 안되고 타인이 넘었을 때 참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디인지 등
고민을 해봐야 해.
인지하든 안하든 시행착오가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최대한 어릴 때 이런 시행착오를 많이 할 시간과 환경이 필요해
왜냐하면 나이가 어릴 수록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고
서로에 대한 경계나 관계를 이기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적고
실패를 했을 때 빨리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으면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 기간을 비교적 짧게 겪기 때문이야.
어린 친구들이 친구라고 하고 결혼한다고 하고
다음 날 다시 다른 친구랑 결혼한다고 하고 친구라고 하는걸 보면
내 말이 이해가 될거야.
그래서 이 시기에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부모의 쓸데없는 관계 간섭으로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만나보고 대화해보고 관계를 맺어보지 못하면
타인과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았을 때 그 관계를 더 진전시키는 방법,
그 반대의 경우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관계를 끊는 방법,
관계를 맺었다면 유지하는 방법 등
자연스럽게 익혀졌을 친구라는 관계를 맺는
자신만의 방법을 못찾게 되는 건 당연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서
나이가 같은 주변 사람들은 이미
이런 쪽으로 발달하거나
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을 알고 있는 상태인데
나만 그 방법을 모른다, 라고 한다면?
생각보다 관계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의 부족은
쉽게 드러나게 되고 그렇다보니 비교가 쉽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이런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동시에
본인 역시 어색함,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 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한, 누군가와 처음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앞서게 되고
한 번의 시행착오가 낙인 효과로 인지되는 나이까지 가게 되면
더이상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얻기 불가능 하기 때문에
점점 고립될 수 밖에 없는 부정적인 사이클이 진행될꺼야.
(자, 내가 다른 주제로 이야기 할 때도
중간 중간 똑같은 내용을 말할텐데
타고난 친구들은 논외로 하자.
어떤 분야든 날 때부터 잘하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어.
관계 또한 마찬가지야.
그냥 잘하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친구들이 있어.
하지만 예외일 수 밖에 없으니깐. )
앞에서 말 한 것처럼
친구라는 관계는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맺는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관계인데
이 시작을 잘못한다면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게 돼.
이렇게 개인에게 중요한 시기와 경험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게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약 나이가 어릴 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더라도
쉽지 않아,
나한테 맞는 방법과 기준으로
친구라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성장시키거나 끝맺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