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술관이나 미술전을 관람하는 흐름을 공유하자면
나는 항상 혼자 다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평소 집중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며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주 목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가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스케줄 맞추는거 진짜 귀찮아.
예술의 전당처럼 큰 전시관은
캐비닛이 구비되어 있어서
가방이나 겨울 외투는 꼭 넣어두고 가볍게 관람을 시작하는 편이야.
나는 전시회 한 번 관람하는데 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그 때동안 계속 서있기도 하고
뭔가 집중하는데 방해되는 걸 배제하는거지.
오디오 가이드는 꼭 빌려.
솔직히 오디오 가이드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주진 않아.
그래도 최소한의 정보는 알 수 있고
미술전을 기획한 큐레이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서
빌리는 걸 추천해.
미술전시라는게 다니다보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때가 있어.
같은 작품들을 가지고
어떤 주제로 어떻게 배치를 해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람자의 동선은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 등 등.
특히 외국 미술 전시를 다녀오면
그 능력과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
예를 들면
루브르 박물관의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굉장히 유명한 조각 작품이야.
내가 찍은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으로 입장하면 보이는
거의 첫 번째,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 놓여져 있어.
그래서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조각상을 낮은 위치에서 천천히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지.
아래서 보면 정말 날개를 가진 니케가
날아오르려고 하기 바로 직전인 듯한 조각의 의도가
완전하게 전달돼.
설명이 필요가 없어.
이런 극적인 효과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부러 의도한거야.
날아오르려는 듯한 모습의 조각을
계단 위에 전시함으로써
조각이 가진 가치를 훨씬 끌어 올린거지.
덕분에 이 조각은 루브르 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당당하게 그 이름이 알려져 있어.
물론 조각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워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과연 다른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면
지금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루브르 박물관에는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도 전시되어 있는데
아마 대부분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모를꺼야.
큐레이팅은 이런 사소한 것 부터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해.
물론 한국 큐레이터들도 할 말은 많을꺼야.
외국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지들이 소유한 작품들이 워낙 많으니깐
큐레이팅 하기가 쉽겠지.
근데 가져와서 하는 입장, 그것도
한정된 작품들, 임의로 상대쪽에서 결정한 작품들을 가지고
큐레이팅한다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쉬워.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혹시나 모를 유명한 작품들을 놓치지 않을 수가 있어.
그래도 이왕 하는 취미 생활,
유명하고 비싼 작품을 직접 보긴 봐야되지 않겠어?
근데 생각보다 정말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들 말고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
나중에 나와서 알게되면
아무리 주관적인 평가를 해라, 라고 내가 말했지만
아쉽단 말이지.
또 하나.
처음에는 미술 작품을 볼 때
어디를 봐야되는지, 무슨 특징이 있는지,
어느 부분에 화가나 화풍의 시그니처가 남겨져 있는지 등
조금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해.
처음에는 가이드 라인을 따르다가
나중에는 굳이 따르지 않아도 스스로 보게 될꺼야.
예를 들어 나는 유화를 좋아하는데
유화 물감의 두께로 표현되는 입체감이 너무 좋아.
멀리서 볼 때랑 가까이에서 볼 때 약간의 차이가 있는.
그리고 유화 물감 특징 상
색상을 섞어서 쓰면
그 오묘한 느낌이 있는거 같아.
그리고 또 오디오 가이드 내용은
듣고 있으면 전시된 미술 작품이나 화가들에 대해 짧게 나마 알게되면서
그 중에 내 흥미를 끄는 내용을 가진 것들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깐
빌리는걸 추천해.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입장해.
'자, 오늘은 어떤 작품을 구매할까?'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
만약 내가 구매자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보면
훨씬 더 자세하게 보게 되고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어.
작품 구매 개수는 많아야 2개로 한정하는게 좋아.
이렇게 생각하고 전시회를 보면
오디오 가이드에서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도
내 마음에 안드는 작품이 있고
오디오 가이드에서 설명조차 없는 작품이
뭔가 끌릴 때가 있어.
분명 똑같은 화가의 비슷한 작품인데도
끌리는 쪽이 있어. 진짜 신기해.
이게 바로 내가 지금까지 길게 설명하고 말했던
미술 작품 관람을 추천하는 이유고
내가 미술 작품 관람을 좋아하는 이유야.
내가 정할 수 있고, 내가 좋은게 좋은거야.
누가 뭐래도 의미없고 상관도 없고.
이런 관점으로 미술 작품 관람을 바라보게 되면서
바뀐 생각 중에 하나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전을 오는 부모에 대한 생각이야.
처음에는 괜히 시끄럽고 뛰어다니는 꼬마들을
왜 데리고 와서 내가 집중을 못하게 하는 걸까,
꼬마들이 뭘 알까. 기억이나 할까. 하면서
굉장히 싫어했어.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어렵게 생각하고 그래서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다들 경험이 있을꺼야. 조용한 공간에서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꼬마 친구들.
근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만약 내가 결혼을 하고
만약 거기에다가 아이까지 낳는다면
나는 어릴 때 미술전 데려갈꺼야.
꼬마 친구들이 막 뛰어다니고 집중 못하다가
갑자기 작품에 집중하더니
툭 툭 던지는 질문이나 감상을 말 할 때가 있는데
진짜 놀라는 경우가 많아.
질문이 너무 작품을 관통하거나
나는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하기도 하더라고.
아마 정확하진 않지만
샤갈 전시회 같아.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했었나. 싶은데.
꼬마 한 명이 부모한테
작품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거야.
샤갈 작품들의 특징이
중력을 무시한 듯한 구성과 모습인데
꼬마 친구가 부모한테 딱 그 질문을 하는거야.
왜 사람이 떠있냐고.
왜 동물이 저 쪽에 떠있냐고. 이런 식으로?
그냥 떠있구나, 와. 신기하다. 예쁘다. 에서 멈추지 않는거지.
나보다 훨씬 관람을 잘하고 있던거야.
(참고로 샤갈의 그림이 무중력 상태처럼 보이는 이유는
어딘가에 속박되고 억압된 사랑이 아닌
영원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네.)
그래서 이제는 미술관에서 꼬마 친구들 보면 웃음이 날 때도 있어.
미술전을 데려오는 부모를 만나서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기도 하고.
서울 한정인게 너무 아쉽지만
서울에 산다면.
그리고 뭔가 취미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데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라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 미술전 관람.
그래서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는데
한강에 반사되면서 순간 순간 변화하는 햇빛과
가끔 걸치는 그림자들을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느낌이 들까.
무슨 색상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본인 혼자는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