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이야기 해도
미술전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선뜻 미술전을 가기는 힘들꺼야.
아마도 미술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물론 해당 미술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더 많은 게 보일 수도 있고
더 재밌게 볼 수도 있겠지.
예를 들어 사용한 물감에 따른 표현 차이라든가
미술사의 흐름이라든가,
화가의 개인적인 생애와 작품과의 관계라든가
화가의 붓 터치나 색감 표현의 특징처럼.
배경지식이 있어야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미술 작품을 봐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라고.
물론 미술을 (좁은 의미의) 공부로 본다면
미리 예습도 하고 이것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외우고 나서
작품을 감상하는게 맞겠지.
하지만 나는 미술 작품 관람을
하나의 유희로, 재미로, 취미로 시작하자는거야.
영화보러 갈 때 뭔가를 막 공부하고 가는건 아니잖아?
그리고 영화보고 나와서 영화의 촬영 기법이나
스토리의 타당성, 과학적 역사적 근거들에 대해서
논하지 못한다고 돈이 아깝거나 시간이 아깝게 느끼는 것도 아니잖아.
재미있었는지 없었는지.
배우들이 어땠는지.
뭐가 예뻤고 멋있었는지, 어떤 대사가 마음에 들었는지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잖아.
분명 이런 경우도 있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미리 정보나 배경지식을 쌓고 가는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해당 영화에 정말 관심이 큰 경우일꺼야.
미술 작품 관람도 마찬가지야.
한 번 두 번 관람을 하다보면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들이 생기고
비슷한 풍의 전시회가 열리면
미리 알아보고 가겠지.
왜, 이미 취미로 자리를 잡았고
미술 관람을 좋아하게 되었으니깐.
그러니깐
가볍게 시작해도 충분하다는거야.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것들이 쌓이면
그 땐 주변에서 말하지 않아도
쌓고 있을꺼야, 배경지식.
그리고 내가 살짝 언급했는데
미술전 관람은 관람자가
'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영화나 드라마같이
각본이나 스토리가 정해진 작품들은
솔직히 10분, 20분이나 1,2편을 보면
대충 어떤 결말이고 어떻게 진행될지 그려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스토리상의 반전,
스토리 진행에서의 기술적인 효과,
스토리 자체에서 주는 복잡하고 자세한 연결성과 당위성 등 등
여러가지 요소로 관람자를 고민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
일명 '막장' 이라고 하는 단어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누구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데
누구나 잠깐만 봐도 내용을 이해하게끔 만들어야
시청자를 더 많이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어.
미술 작품 관람은
그보다는 내가 직접 작품들을 판단하고
내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어.
미술 작품 역시
경제적인 가치라든지
화가가 작품을 그린 목적,
구매자의 목적,
작품 자체가 가진 스토리 등이 있어.
하지만 무시해도 돼.
무시할 권한이 관람자한테 있다고 생각해.
미술 작품의 평가는 굉장히 주관적이야.
객관성이 기반이 되긴 하지만 결국 평가는 주관적이야.
작품의 평가 기준 중 가장 큰 비중인
경제적인 가치, 즉 '가격'의 경우
도대체 왜 그 가격인지를 모를 수 밖에 없어.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나리자' 역시
왜 그렇게까지 비싼 그림인지 누군가 설명해줄 수 없어.
미술사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위치에 놓은 작품도 아니고
미술사에 큰 변화를 준 표현법이 사용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설명이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모델인 것도 아니야.
쓰다 보니 아닌 것 투성이네.
'모나리자'는 처음부터 가장 비싼 그림이 아니었어.
원래 작품 자체가 주는 미스터리가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인물이 주는 미스터리가 있다보니
전시는 되고 있었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신경쓰지 않았던 작품 중 하나야.
(루브르 박물관에 가보면 알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유명하거나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
'모나리자'가 가장 비싼 그림이 된 이유는
도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야.
1911년인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른 작품들은 전부 그대로 있는데
'모나리자'만 도난된 사건이 발생했고
2년 정도 후에 다행히 완전하게 보관된 상태로 회수를 하게 돼.
이 사건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과 파리 사람들은
'모나리자' 라는 작품을 알게 됐고
'그 변덕스럽고 쉽게 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죽기 전까지 가지고 다닌 작품이다.' 라는 이야기를 포함해서
작품을 신비롭고 뭔가 있어보이게
대중과 미디어에 의해 알아서 꾸며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회수할 떄 상태가 너무 완벽해서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거짓 범행을 거질렀다는 음모론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지.
심지어 도난되어 있는 2년간
'모나리자'가 걸려있던 빈 자리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져.
이에 더해 루브르 박물관은 천문학적인 보험금을 내고
'모나리자'만 특별히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된거야.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을 가면
다른 작품들은 정말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데
'모나리자' 만 따로 전시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선과 보안 요원에 유리로 보호해놨어.
사람들 정말 바글바글해.
솔직히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이런 모든 요소들이 '모나리자'를 가장 비싼 그림으로 만든거야.
이렇게 미술 작품은 객관적인 평가와 주관적인 평가로 이루어지지만
결국 주관적인 평가가 우선될 수 밖에 없어.
내가 마음에 들면 좋은 작품이고
아니면 안좋은 작품인거야.
그러니깐 배경 지식이 필요가 없어. 굳이.
필요한건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과 집중력 뿐이야.
미술학계, 뉴스, 신문, 혹은 주변 사람의 평가는
정말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인거지.
혹시 몰라.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이 몇 년 후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