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깨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부엉이는 배가 고팠습니다. 저녁으로 뭐가 좋을지 깊은 고민끝에 선택한 곳은 바로 병원 근처 일식집!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새롭게 도전해 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부엉이는 아직 몰랐어요. 생활권 근처에 눈에 자주 띄는 곳에 있는 음식접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는 건... 안 가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요
오늘의 메뉴 = 돈코츠 라멘(₩6900)
원래 주력은 규카츠를 비롯한 덮밥류라는 것 같습니다. 처음 받아들면 뽀얀 국물과 함께 올려진 탐스러운 차슈! 가 단 하나..?
음, 뭐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차슈는 빼놓으면 섭섭한 조연이긴 하지만 오늘은 라멘을 먹으러 온 거지 차슈를 먹으러 온 것은 아니었거든요.
시원한 매운 맛의 신라면이나 진한 풍미의 진라면과는 달리 조금은 심심한 맛, 면발의 목넘김도 탱탱함이 남아있는 인스턴트 라면과는 달리 국수와도 비견될 정도로 부담이 적은 맛. 그리고 씹는 맛을 더해주는 숙주나물.
어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면과 함께 숙주를 열심히 씹어삼켰는데 젓가락에 집하는 숙주나물들이 전혀 줄어들지가 않아요
뭐지?
???
언제부턴가 면발은 보이지 않고 숙주만 눈에 뜨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잘못됐다..!
물론 일본 라멘에 숙주가 많이 들어가는 건 잘 압니다. 근데 이건 일반적인 "많이" 와 차원이 달랐어요.
꺼내보도록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 숙주가 먹던 중간에 건져낸 것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 안 하고 저만큼의 숙주를 이미 먹은 상태였어요
...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아,
안 가는 집은 안 가는 이유가 있는거였다는걸...
어쩐지 손님도 저 혼자뿐이더니...
그대로 계산을 마치고 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이건 먹은 것도 안 먹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왠지 슬퍼져서 다이어트 욕심을 잠시 접고 역전의 맥도날드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
새로운 기분으로 정한 오늘의 저녁 = 맥도날드 함박버거
난생 처음 가봤던 직전의 음식점과는 달리 함박버거는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 버거였어요. 케챱 맛과 살쩍 자극적인 특유의 소스가 풍미를 돋구는 그런 버거였죠. 도전이라 칭한 유일한 이유는. 강의동 앞의 맥도날드점에서는 이 버거를 시켜봤지만 역전의 맥도날드에서는 처음 시켜보는 것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포장해서 가봐야 쓰레기 처리할 곳도 없기에 매장에서 먹고가겠다고 해서 버거를 받아들고 자리에 도착합니다.
어... 근데 불길한 기분이 슬슬 풍겨옵니다.
포장지를 물들인 저 소스색의 액체는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까?
설마...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배송사고? 소스의 홍수? 아니면, 패티 위에 소스를 부어 먹기만 해야하는 손님의 취향을 고려하여 소스를 찍어 먹을 수도 있게 도와주는 찍먹파 알바의 배려?
물론 모든 버거가 이렇게 나오지는 않겠죠. 예전에 여기서 다른 버거를 먹은 일도 많고. 알바가 바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죠. 유일한 문제는
약간 실수한 버거를 받는 손님이
앞에 일식집에서 숙주 파티를 벌이고 온 저라는 사실
휴
메뉴를 고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익숙한 맛은 익숙해서 좋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이게 또 질려요
잘 가던 음식점 대신 새로운 곳 새로운 메뉴에 도전할 때 새로운 맛이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때가 있는가 하면 가끔씩 새로운 도전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평범한 실패는 머리속의 "다시 시켜지 않아야 할 메뉴 리스트" 에 올리면 되는데
말도 못 할 정도로 끔찍한 실패는 뭐라고 할까, 나 자신에게 너무나 미안해져요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는데. 실패물이 채워진 그 배는 오늘 하루의 마지막 기쁨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배였는데! (3배 빠른 그분 빙의?)
하지만 이미 메뉴 선정은 실패해버렸고 배는 어쨌든 차 버린 것을 어쩌겠습니까. 다른 걸로 채워야죠
이 뒤에 동기형이랑 피시방에서 오버워치를 내리 세시간 달려버렸네요
오늘의 먹스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