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을 취하고 단점에서 배우다'
경쟁 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여 경쟁 업체를 따라잡으려는 전략을 뜻하는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릴 정도로 이제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토목 공사에서 건물의 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벤치마크’라는 쇠막대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1900년대 중반 미국 제록스 사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개인 등 다양한 경제 주체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벤치마킹해 성공 신화를 이룩한 스타벅스처럼 기업의 벤치마킹 사례도 많지만, 세계 곳곳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정부나 지자체 간의 벤치마킹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지자체 간에서도 성공적인 축제나 정책이 있으면 벤치마킹에 앞장서고, 양국 간의 정부에서도 사절단을 보내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최근, 그 무엇보다 핫한 벤치마킹 사례가 있다.
① 인구 13만 명 안팎의 작은 도시지만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블록체인의 성지, 스위스 주크시.
② 국토의 크기는 한반도의 4분의 1이지만 2007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정부 구축을 시작해 교육, 치안, 정치,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나라, 에스토니아.
③ 블록체인 전문가의 유입을 위해 이민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는 홍콩.
④ 그들의 뒤를 따르는, 아니 그들을 뛰어넘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를 육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바로 우리나라 곳곳의 도시들이다.
'블록체인의 심장에 들어간 서울시'
박원순 서울 시장은 9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9박 11일 일정의 출장을 떠났다. 도착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위스 주크, 에스토니아 탈린. 회의 참석 차 방문하는 스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이 블록체인의 메카로 불리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순방 전부터 관련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 나갈 주역을 블록체인으로 보고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주크의 크립토밸리, 취리히의 블록체인센터 ‘트러스트 스퀘어, 에스토니아의 전자정부기관 ‘e-Estonia’ 등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3일 스위스 주크 시청에서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2018년~2022년)’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기술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또 다른 장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경제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고, 무너진 골목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5개년 계획에는 “서울을 세계 블록체인 수도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제주를 먹여 살릴 미래 먹거리, 블록체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내 블록체인을 전 세계와 연결하는 교두보로 제주도를 활용해 달라”며 제주를 글로벌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해 화제를 모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의 원대한 목표는 지난 6월 지방 선거 공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규제를 실험하기에 제주도가 최적지라는 것이 원 지사의 주장.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섬이라는 독립 공간이 주는 관리의 용이성,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합한 무비자 제도 등이 그것이다. 제주특별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제자유도시 모델을 ‘사이버 국제자유도시’ 모델과 연계하는 방안이라면 가능하다는 것. 국내에서 금지된 ICO를 해외에서 진행해 ‘제주코인’을 발행하여 지역 내 거래와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그의 블록체인 롤모델이 스위스 주크나 몰타, 싱가포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부산 크립토밸리”
부산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는 블록체인이 점령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부산시는 2026년까지 400억 원을 투입해 부산국제금융단지(BIFC)를 블록체인 특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금융 정책 전문가를 부시장으로 임명하고 금융 공기업 방문에 공을 들이는 등 새로운 금융 정책에 관심을 보여 왔던 오거돈 부산 시장은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통해 금융 신기술로 부산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부산 크립토밸리’가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도 블록체인 합니다”
블록체인 육성에 힘쓰는 지역은 서울, 제주, 부산뿐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공공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과 스마트 도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을 검토 중이고, 전라북도에서는 ‘전북코인’을 발행해 핵심 사업인 농업, 관광, 금융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을 공개했으며, 경상북도 역시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블록체인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전국에 블록체인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설적인 경영자’로 불리는 미국 경영인 잭 웰치는 저서 <위대한 승리>에 ‘승리하는 기업은 두 가지 일을 한다. 한 가지는 best practice를 찾아 모방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좋은 것을 배워서 그것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세계적인 블록체인 거점 도시 명단에서 우리나라 도시의 이름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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