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는 여기저기에 웅변학원이 있었고 친구들 중에 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있어 가끔 따라가서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보곤 했다. A4지가 아닌 200자 원고지 10장 정도에 수기로 적힌 무언가를 외우고 더듬더듬 큰 소리로 발표하는 곳이었고 발표하는 내용들이 북한에는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들만 산다고 여길 정도로 편파적인 반공, 국가안보에 대한 내용이거나 바른 생활 책에 나올 정도의 정직과 성실 같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태도 등의 내용이었다. 무슨 공식처럼 모든 아이들이 맨 마지막에는 항상 “이 연사 ~~~강력히 주장합니다 또는 힘주어 외칩니다.” 로 끝을 맺는다는 것이 좀 신기했었고 개미 목소리로 응대하기 일쑤였던 나에게는 조금 두려운 곳이었다.
일단, 왜 내 생각을 저렇게 큰소리로 말하는 것일까? 생각은 내 것인데, 하물며 부모님도 많은 경우에 내 생각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야 말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한 친구 2명이 다니는 관계로 결국 어머니는 “내 자식이 뒤진다?” 라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셨고 나의 그 처절했던 절규와 사지를 바둥대며 드러누움에도 역시나 내 의견은 무시가 되었다.
나중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적어오라는 장래희망 중에 군인아저씨가 되겠다던 친구들이 제법 많았던 걸로 봐서는 군부정권의 영향은 확실했으리라, 어머니는 또한 추후에 자식이 정치를 해야 한다면 자기의 말을 잘 정리하고 설득력있게 발표하는 능력이 미래의 필수 역량인 듯 받아들이신 듯 했다. 추가로 웅변학원의 선생님이 우리 학교 선생님의 친구였던 사실과 2명의 친구들과 같이 한 세트로 묶여 2+1 ?의 학원비 할인을 받았다고 나를 위로하였지만 결국 자녀 교육이라는 낚시질에 덜컥 낚여 퍼덕거려야 하는 건 어리디 어린 나였다. 결국 6개월이라는 지옥훈련??을 거쳐 나는 이름도 생소한 “3부요인배 전극 웅변대회”에서 초등부 우수상을 받게 되기 하지만 내가 원한 바도 아니었고 여전히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확신은 더 커져만 갔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나는 조용히 구슬치기나 하며 가끔 동네 책방에서 셜록홈즈의 탐정소설을 보고 나만의 추리를 즐기는 소심한 아이였고 추리소설은 내 초등학교 시절을 지탱해준 든든한 등받이 같은 존재였다.
성장하면서 나는 친구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4, 5명의 친구는 항시 있었고 새로 사귀는 것보다 다져 나가는 우정에 더 소질이 있었다. 내 성향 또는 내 성격이 내향적임은 확실하지만 외향적인 요소가 아예 말라버린 것은 아니었고 어떨 때는 두고두고 회상할 정도로 용감?할 때도 있기는 하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고 큰 불만도 없었지만, 여전히 조직이 바라는 모습에서는 항상 뭔가를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조급함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접한 책이 바로 수잔 케인의 “Quite,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이끄는 힘”이었다.
“내향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중력의 법칙, 상대성 원리,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터팬, 1984, 동물농장, 구글, 해리포터 전집과 같은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외에도 간디, 체 게바라, 워런 버핏, 다윈, 빌 게이츠 등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루어 낸 많은 업적을 열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내가 느낀 위로감은 어느 성인의 말씀과 종교적 또는 철학적인 가르침보다 크게 와 닿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에 최종적으로 드는 생각은 약간 달랐다. 이 책이 소심한 사람에게 위로가 됨은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단지 내향적이어서 만은 안 된다는 것, 내향적인 것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 외향적인 부분도 꼭 필요하다는 것, 이 둘의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가고 각각의 케이스에서 어떤 부분에 더 가중치를 주어 대응해야 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느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둘러보라. 잘 보면 직원의 절반은 사실 내향적이다”라는 어느 회사의 사보가 생각이 난다. 갈수록 많은 긍정성을 요구하고 자기 계발에 대한 끝없는 정진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또 실적과 이득을 원하는 조직에서 자기 자신의 평형감각을 포함하여 구성원의 평형감각까지 유지하는 것이,,,얼마나 중요할까?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연구가 소중히 빛을 발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준다면,,,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의 운명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어쩌면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는 데이비드 도보스의 “난초가설”이라 명명한 새로운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민들레와 같아서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라날 수 있다. 하지만 케이건이 연구한 반응성이 높은 아이들을 비롯한 어떤 아이들은 난초와 유사하다. 쉽게 시들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 지면 강하고 근사하게 자라날 수 있다.”
만약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의 지위에 있다면 더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매끄러운 잡담능력은 나로써는 항시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이고 아주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자주 훈련하지만 그 성과가 썩 훌륭하지는 않다. 여유가 있는 분들은 아래 TED 강의도 한번 들어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