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D-line] #6. 수영못하는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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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디 살때 아이들

수영을 못했다. 덕분에 어릴때 물에서 신나게 놀아본 기억이 없다. 대학때 들었던 수영 수업이나 해군에서 보냈던 3년도 수영을 잘하는데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야외 물놀이의 천국인 플로리다에서 5년을 학생으로 살았지만 대부분 수영과 상관없이 보냈다.

유학 4년차에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물놀이를 자주 했다. 그날도 아이는 한차례 물놀이를 한 후 물밖에서 쉬고 있었고 나는 그냥 물 속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잠시 머리를 담그고 올라왔는데 (플로리다 햇빛은 뜨겁다) 아이가 없다. 당시 아파트 수영장은 세로가 10m도 안될 정도로 작고 제일 깊은 곳이 1.5 m 정도여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아이가 앉아있던 곳 물 아래로 뭔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되겠지만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 속에서 얼마간 이동이란걸 하려면 허우적 거리며 물을 헤짚고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불과 몇m 앞에서 돌도 안된 아이가 꾸르륵 버둥대는데 걷는 것 말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아이는 괜찮았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복잡한 이라고 쓰고 죄책감으로 읽어도 될 마음으로 밤늦도록 수영장, 수영 레슨, 수영 잘 하는 법 따위를 검색했다. 아이가 내 키보다 깊은 물에 빠졌을 때 구해줄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기적같이 한 블로그를 만났다. 주인장은 중년이 되도록 수영을 못했던 과거부터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현재까지의 세세한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놓쳤던 그러나 지금은 누리는 삶의 한 조각을 아쉬워했고 즐거워했다. 홀린 듯 모든 글을 단숨에 읽었다. 이틑날 연구실에서 일찍 빠져나와 수경*을 사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역시 기적같이 물에 혼자 떠 있을 수 있었다. 평생 키보다 살짝 높은 물에만 들어가도 숨이 가쁘고 공포에 질리던 내가 3m 풀 바닥에서 잠수를 하고 너무 깊어 바닥이 어둑한 스프링스에서도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게 됐다. 그리고 나서야 블로그 주인장의 아쉬움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당시 감상을 다른 소셜미디어에 올렸었는데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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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의 전형적인 스프링스. 일종의 샘인데, 보통 물이 너무 투명해서 바닥까지 잘 보인다. 사진은 Ginnie Springs. 가운데 깊은 부분이 Devil's Eye 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수중 동굴의 입구다.


해군이었으면서도 전혀 수영을 못하는 자신을 보고 "해군이 수영하면 전쟁에서 진 거임!" 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아온 세월이 10년이 넘었습니다만... 기적과도 같이 얼마전에 수영을 글로 배웠습니다. 오늘 깊은 물 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마침 떠오른 달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플로리다에 살면서 스프링에서 수영한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지난 5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끄러워서.. 혹은 몰라서.. 혹은 게을러서.. 혹은 아주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해서.. 그렇게 흘러가버린 기회들이 많겠지요..
*블로그 주인장이 강조하던 수영배우는데 필요한 딱 하나의 준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