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말을 하지 않는 대상들을 연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나는 상대가 한 말이 진실인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섹스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물어보는 대신에 나는 그냥 그 횟수를 세면 된다. 나는 동물 관찰자여서 너무나도 행복하다."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Frans de Waal.
토요일마다 한글학교 보조교사를 한다. 우리 반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인데, 얼마전 담임 선생님이 잠깐 자리를 비우셔서 혼자 있게 됐다. 그날 아이들은 너어무 시끄러웠고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인내심이란걸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했다. 얼마간 전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됐어 잘 참았어 라며 스스로 대견해 해볼까 하는데 내 꼴을 보던 몇몇 아이들이 "He's mad.. Let's get down under the desk!" 라고 외치며 책상 밑으로 숨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나의 화난 상태는 금새 알아차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읽고 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고등 동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은 소리,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인 것들인데, 동물들은 인간들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걸 구분하듯 비언어적 표현들의 매우 미묘한 차이-인간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까지 구분하고 그에 맞게 반응한다고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들은 상대적으로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할 수 없어서라기 보다는 할 필요가 없다. 강아지를 키워본 분들은 알겠지만 알겠지만 똘똘한 강아지는 부부싸움의 전조만 있어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한다. 비슷하게, 언어적 능력이 덜 발달한 아이들도 비언어적 요소를 감지하는 능력이 어른들보다 월등하고 그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이다. 이를테면 화가 난 어른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책상 밑으로 숨을 뿐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익숙해질테고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이랄지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금새 언어 뒤로 숨는 법을 터득한다. 올초에 만 여섯살이 된 첫 아이는 점점 더 자주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데, 그럴수록 그 아이가 진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알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지만 동시에 장애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