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필름 카운터는 24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지막 출사가 언제였는지, 뭘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된 필름, 더 찍어봐야 이상한 결과물만 나올 것 같아서 더 찍지 않았다.
현상소에 맡긴 필름은 역시나 풍화된 사진으로 돌아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5년 전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이었고, 풍차 사진이 많았고, 같이 갔던 친구의 모습도 두어 장 찍혀있었다. 친구에게 보내주니 고대 유물 같은 사진이라면서도 좋아했다.
현상된 필름에는 컷과 컷 사이, 두 장면을 나누는 2~3mm 폭의 가느다란 선이 있다. 두 컷이 겹치지 않도록 필름을 물리적으로 벌려 놓은 거리인데, 그곳에 망연한 시간이 곧잘 숨는듯하다. 예를 들면 공원에 만발한 벚꽃 사진이 있고, 다음 컷에 폭설로 뒤덮인 거리가 찍혀있는 식이랄까.
나는 난데없이 시공간을 점프하는 그 사이의 공백이, 그 가느다란 선이 못내 슬프다고 생각했다.
셔터를 누를 틈도 없이 흘러가버렸거나, 흘러가는 시간을 두고도 셔터를 누르지 못했거나, 자의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던-
일초, 한 달, 일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들은, 그 선 안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결정적 장면으로 남지 못한 찰나는 어디를 부유하게 되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