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맹세도 하지 않기로 해요. 어차피 이 밤이 지나면 잊혀진 여인숙의 달력처럼 빛이 바랠 테니까요. 당신은 그럴 리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나의 오른쪽 귓바퀴에 이슬이 고일 만큼 지금 이렇게나 숨이 가쁘니까요. 어차피 날이 밝으면 물기 어린 진심이 증발한 나머지 우리 모두 버석, 하고 바스러질 텐데 말이죠.
그러니 그 단어로 내 입술을 막으려 들지도 말아요. 맞닿는 건 살갗으로 충분하고, 당신의 뜨거운 체온은 내게 딱 하룻밤을 겨우 지새울 정도는 되니까요. 불씨가 꺼져도 입김을 불어 넣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땔감처럼 바짝 말라 당신 없는 내일 밤을 준비할래요.
그래도 그 말을 포기하지 못하겠거든, 나의 턱 끝을 잡고 돌려 왼쪽 귓가에 속삭여주세요. 나의 왼쪽 귀는 아주 오래전에 침수되어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어요. 웅웅거리는 소리의 덩어리로부터 가로막혀, 나는 그렇게 모른 척 안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