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까지 녹아서 흐물흐물해지고 싶어질 때 나는 말랑한 것들을 찾는다. 반려견 레오의 발바닥이라든가, 누워있으면서도 계속 누워있고 싶은 내 침대라든가. 점이 다섯 개쯤 모여 있는 그의 허벅지 가장 안쪽의 살집이라든가.
냉장고에 유통기한을 넘겨 먹기 찜찜한 두부라도 있다면 금상첨화다. 젖은 두부를 손으로 마음껏 뭉개면서 비슷하게 짓이겨진 내 머릿속을 상상한다. 이걸 치워버리면 오래 묵은 생각도 깨끗이 치워지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말랑한 것들은 대부분 달콤하다. 진짜 맛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 전부가 황홀해서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 희한하게도 나는 그것들 앞에서 헤벌쭉 녹아내리다가 다시금 단단해진다. 말랑한 것들이 내가 가진 말랑함을 모조리 흡수한 것처럼.
말랑한 것들은 말랑함으로 최선을 다해 나를 응원한다. 말랑하지 않은 것들에게 말랑하지 않음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말랑하지 않을수록 나는 말랑한 것을 최선을 다해 탐할 수 있다. 말랑한 것들과 나는 이토록 서로를 가장 완벽하게, 가장 엉망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