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기가 뺨을 절인다
모래알이 습습하게 밟힌다
숨어있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축 젖은 나무 등걸 하나가 주인을 기다린다
나인듯 하다
너를 기다리는 나인듯 하다
너는 어찌하여 휘몰아쳐야만 했는가
나는 속수무책으로 부러져야 했는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너머로
너의 치맛자락이 넘실대진 않는지 조망해 본다
이대로 뿌리를 내리면
나는 설화처럼 박제되겠지
너를 사랑하다 부러져 죽은 가엾은 이로
누구도 나를 옮기지 못하도록
훈풍에도 녹지 않고
삭풍에도 얼지 않으며
영영 너를 기다려야지
사랑하다 죽어버린 여행자의 눈물로만
푸른 싹을 틔우는 전설 속 도감의 식물로
그렇게 영영 기억되어야지
사랑을 알아볼 눈도
사랑의 체취를 맡을 코도
사랑에게 달려갈 사지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