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aejaka 입니다.
왠지 잠이 오지 않아서 짧은 영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글 읽는 영상인데요,
뭐 그렇게 좋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최근 낭독의 재미에 빠져있어서...
스친분들과 함께 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영상이라기 보다는 음성입니다 ㅎㅎ)
낭독 영상을 만든 이유는..
사실 스팀잇 초창기에 올려서 소리 소문 없이 묻힌 글이 아까워서이기도 하지만,
한번 텍스트로 소모된 글이라도 문학성이 강한 글은
낭독을 통해 접하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학 콘텐츠 2차 생산의 개념으로 접근해 봤습니다.
사실 첫 회는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물색없이 제 글로 녹음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가님들이 쓰신 좋은 글을 양해를 얻어 읽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낭독 영상으로 발생되는 보팅 수익은 당연히 원글 작가님과 쉐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고요.
스팀잇에서 제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좋은 문학 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는 차원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제 목소리가 별로고 낭독을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겠죠..흑.. ㅠ.ㅠ
1회차는 재미로 한번 봐주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응이 그닥...이다 싶으면 다음회차는 없......ㅎㅎ
배작가의 주저리를 다 들으시려면 처음부터,
시 낭독만 들으시려면 3:28 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추신 : 자고 일어났는데 부끄러워지면 지울지도 모릅니다 +_+ 하핫!
[앞집 할망]
동쪽 끝 마을 동쪽 끝 집으로 혼자 들떠 유배 오던 겨울날
빌린 집 앞집 댓돌에 볕 쬐러 나와 앉은 노파 하나가
눈초리로 뒷덜미를 자꾸 잡아채길래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ㅤㅤ
선선히 닿은 눈인사는 호구조사를 허락하는 전보(電報)
이국의 언어로 빚은 물음에 몸짓으로 답을 빚느라
내 몸에선 훈기가 피고 쪼글한 그 입매엔 아지랑이 피는 사이
단출한 이삿짐 구석구석 구순(九旬)의 역사가 흘러들었다
ㅤㅤ
ㅤㅤ
온몸이 마른 호박 줄기 같은 앞집 할망
아침이면 끓인 간장에 손마디를 지지고 와
빌린 집 문 너머 잠든 내 코 천장을 쿵쿵쿵 구릿하게 두드렸다
ㅤㅤ
한날은 바삐 말동무로 나섰는데 냄새에 한 며칠 귓구멍이 자욱했고
솜이불로 고치를 틀고 나서지 않은 여러 날은
할망이 빌린 집 문간이라도 쓰다듬을까 한참 조마조마하며 보냈다
뉘엿할 때 나가보면 노각 몇 개 고추 몇 개가 얼어 있곤 했다
ㅤㅤ
ㅤㅤ
명일(名日)에 붙여 스무날 남짓 떠돌다 온 이 육지 것을
할망은 보자마자 얼싸안고 턱 끝에 입 맞췄다
이 떠난 지 오래되어 옹그라진 계곡
그 틈에서 피어나는 스무날 남짓 된 달큼한 묵언의 냄새
방긋방긋 웃으며 큰 소리로 혼을 내는 데 혼내는 게 혼내는 게 아닌 줄 그때 알았다
ㅤㅤ
아 그런데 글쎄 할망은 왜 그새 쪼그라들었을까
몸에 붙은 할망을 떼려고 보니 육십갑자의 분홍 정수리가 보인다
ㅤㅤ
ㅤㅤ
밥 먹언
영원한 물음과 함께 퍼 올린 갈치 호박국 한 대접
어둑한 국물에서 피어나는 문간 너머 간장 향내
써느런 방에 들어앉아 문을 걸고 찬밥 말아 얼른 퍼먹고 잤다
웃바람도 모르고 잤다
ㅤㅤ
담날 앞집 문간에 대고 삼춘- 하고 불러보니 밭에 갔나 기척이 없었다
육지에서 가져온 크림빵 두 개 빈 대접에 담아 댓돌에 올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