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학교 2학년 과정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낯선 나라 터키(Turkey)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짐을 쌌다.
터키어 알파벳도 몰랐고, 터키 문화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가고 싶었다.
내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로 했다. 내 개인 짐보다 무거운 벼루, 먹, 한지 등 온갖 그림도구를 더 많이 챙겨갔다.
11시간의 비행은 21살 꿈 많은 대학생에게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도착해보니 한국과 같은 겨울. 터키도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하고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내가 지냈던 곳은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 높은 지대에 위치한 이제 막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작은 동네였다.
내 방 창문을 열면 터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스크가 가까이 있었고, 하루에 수도없이 크게 울렸던 이슬람 기도 소리가 너무나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었다. 나중엔 그 소리가 의식조차 되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버렸지만.
앙카라에 거주하는 한국 아이들과 터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위해 매일 이집 저집을 다녔다.
낯설기만 했던 터키 생활에서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끈끈한 정과 배려를 느끼며 감동받았다.
터키어를 배우기 위해 터키어 학원에 매일 출석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터키의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 시내버스 정류장과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터키 사람들은 일단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무조건 형제라고 하며 호의적이다. 워낙 베풀고 대접하기 좋아하는 민족이지만 유난히 한국 사람에게는 더더욱 아낌없이 주려고 한다. 특히 터키 동부 여행에서 만난 터키 대가족의 환대는 잊을 수 없는데, 그 집에서 아무 조건 없이 2박 3일을 머무르며 지냈고 그 가족과 함께했던 음식들은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터키에서의 1년 동안 화려한 관광지도 여행하지 못했고, 위험한 테러 사건도 있었지만 터키만큼 나와 잘 맞는 나라도 없었다. 사람, 음식, 날씨, 문화, 언어 모든 게 신기할 만큼 금방 적응이 되었다. 매일 아침 돌무쉬(마을버스) 안에서 인사하는 사람들, 시리아에서 온 어학원 친구들, 나에게 늘 따뜻한 한국 음식을 대접했던 부모님들, 여행지에서 만난 순수한 터키 가족들, 아름다웠던 이스탄불에서 보낸 일주일. 모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곧 터키로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벌써 17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보고 싶은 사람들, 터키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 또다시 그곳으로 갈 날을 꿈꾸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언젠가 터키로 가게 된다면 그 곳 사람들을 더 깊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그곳에서의 시간을 더 성실히 누리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 아이와 함께 내가 느꼈던 터키를 다시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