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주사 없는 자연분만
무식하면 용감하다. 라는 말이 있죠? 여기 용감한 사람 하나 있습니다!
임신 5개월부터 임산부 요가라는 걸 했어요. 굉장히 전문적인 곳으로 임산부만을 대상으로 요가를 진행하는 곳이었고 출산 한두달 전엔 호흡법과 힘주는 방법을 포함한 출산교육이라는 것을 받는데요
저는 거기서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어요 ㅋㅋㅋㅋㅋㅋ
그것이 문제로다.
"무통은 해야하나요? 하지 말아야 하나요?"
"무통을 왜 해요? 여기서 이렇게 수련하신 분들은 다 무통을 안하고 잘 낳으세요. 무통은 산모한테도 안 좋고 아이한테도 굉장히 안 좋으니 하지마세요!"
라고 말씀하셨죠...ㅠㅠ
뭔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칩니다.
이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나요?
첫 아이는 진행이 더디기에 괜히 병원 빨리가서 공포감 느낄 필요 없다는 말에 5분 간격일 때까지 집에서 참다참다 병원에 갔어요. (말 참 잘 듣죠..) ㅋㅋㅋ
당연히 간호사가
"무통 하실거죠?"
"아니요"
엥?? 하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무통주사를 '못' 맞는 사람은 있어도 '안' 맞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촉진제를 넣고 1시간만에 3분 진통..
죽을 것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세상 태어나서 느껴보지 못한 류의 고통. 하지만 어떤 느낌이라고 말로 표현이 잘 안돼요 ㅠ
참고 참고 참다가 정신차리기 힘들 지경에 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되자 비굴하게 "무통주사"를 놔달라며 애원했습니다. 와서 보더니 이미 그 시점이 지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 시점엔 들어가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진행이 너무 많이 되어서요.
그 얘기를 듣자 앞으로 제가 견뎌야할 시간들이 소스라치게 무서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1분 1초 참는게 너무 버거웠거든요. 아파서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암튼 못 할 짓 많이 했습니다 ㅋ
요가 수련을 하며, 출산교육을 받으며, 칭찬을 받았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호흡을 해보려 합니다.
"개뿔..."
욕만 나옵니다 ㅠ
그... 사극에 보면 출산할때 막 소리지르며 온 몸에 땀 범벅.. 머리카락은 땀에 쩔어 얼굴을 가로지르는 딱 그 모습있죠???
그냥 그게 제 모습..
신랑 머리채는 안 잡았지만 손등과 팔목은 다 뜯어 놓았더라고요.
우리 부모님. 그리고 그 윗세대들은 무통 이런게 어딨었나요? 전부 생으로 다 낳았지.. 그것도 몇 명씩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신 듯 해요 ㅠㅠ 위대합니다.
그렇게 저는 죽을둥 살둥..
너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병원에 도착한지 '4시간 30분' 만에 첫 아이를 출산하게 돼요.
사람들은 말하죠~
"와~ 첫 아이인데 진짜 빨리 낳았다!!"
"그래도 완전 수월하게 낳았네"
좀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그 당시엔 이딴 얘기 하는 사람들 입을 다 꿰매버리고 싶었어요. 저는 1분 1초가 정말 죽을 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끔 티비에서 비할바 안되는 고통을 출산의 고통과 비교하는 사람들 보면 티비 부수고 들어가고 싶은 그런 감정도 느꼈었답니다 ㅎㅎㅎ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서 그 고통은 잊고 둘째를 가진다는데... 전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저는 무통 전도사가 되었답니다 ㅋㅋㅋ
물론 고통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친구 중엔 체질적으로(?) 고통도 덜 느끼는데다 무통빨(?) 시간도 넘나 잘 맞아 떨어져 좀 오바해서 거의 자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나중에 열 받아서 요가수련 관련 후기를 찾아보니 난리도 아니더군요 ㅋㅋㅋ 물론 잘 된 케이스도 있지만 저 같은 사람들의 후기가 어마어마ㅎㅎㅎ 아... 이런.. 뒤 늦게 후회해봤자..
그래도 힘 주는 법 하나는 제대로 배워 써먹었으니.. 그나마 시간을 단축한 것이고, 음... 무통주사가 아무래도 좋진 않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했답니다.
소모임 주제 덕에 별걸 다 써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