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크기

anysi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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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주변 사람에게 의지를 습관처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취업할 때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해서 내가 면접자료(PPT)를 만들어줬고, 내가 소개팅시켜준 사람과 우연히 같은 회사 면접을 보게 되서 그 오빠가 친구 면접 연습까지 시켜줬다. 이런 저런 도움을 받아 취업 성공했더니만, 자기 힘으로 회사에 들어온 것 마냥 유세를 떨어댔다. 그 이후에도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남의 손을 빌리곤 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동기들이 다 지쳐서 연락을 끊었다 했다. (그 친구 동기들 중에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뒷이야기들을 자주 접했다.)

뭐, 자기가 하기 어려운 부분에 있어서 주변 사람에게 한번 정도는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부상조하는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그 사람이 힘든 것은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 친구의 문제는, 남이 해준 것까지 자신이 이룬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남이 도와준 업적을 자기가 다 한 것 마냥, 앞에서는 일 잘하는 척, 이 정도는 평소에도 해왔다는 듯,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우습기만 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속여도, 한번만 같이 일해보면 다 그 사람의 수준을 뻔히 알 수 있는데, 왜 자꾸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사람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그 능력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고 싶어서 연락을 안 끊고 지내고 있다.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이 무슨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 자신의 능력의 증거인 마냥 말하는 것이다. 내 외모에 대기업다니면 어디가서 꿀리지 않다며ㅋㅋㅋ그놈의 대기업, 그놈의 외국계기업. 나도 대기업다녀봤고, 외국계다니고 있지만, 어딜가나 지 능력보다 과대평가되서 취업 성공한 것들 꼭 있다. 그런 놈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만 개고생이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 다닌다고 내가 그 정도 수준은 된다고 착각 좀 그만. 자신의 그릇이 얼만한지도 모르고 깝치다가 나중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을텐데.

할 줄 몰라서 그러니 도와줘, 너가 먼저 하면 내가 비슷하게 해볼게라는 말.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내 분야에 있어서는 누군가에게 얹혀가려고 하면 안된다. 그리고 이건 내 분야가 아니니까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더더욱 자신을 갉아먹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 누군가도 나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할려나? 그런 생각이 드니, 해이해졌던 정신이 바짝 차려진다. 나도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을 벌려야겠다.

그릇의 크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