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다른회사와 마찬가지로 각종 인간들이 있다.
온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야망충
당장이라도 미투운동을 벌이고 싶은 변태
차장이나 됐으면서 할 줄 아는 거 없어서 대리나부랭이한테 일 부탁하는 멍충
지 일 너무 급하다고 하던거 멈추고 지꺼부터 해달라는 프로징징러
지 안방마냥 사무실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민폐형 인간
세상 불만 다 토로하는 세상불만충
임직원가로 중고나라에서 장사하는 프로봇짐러
가만히 있다가 숟가락만 얹어놓고 다 같이 한 척 하는 스틸러
...
아쉽게도 나는 무던하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런 사람들의 행동들이 내 눈에 보이면 참으로 심기불편하다. 이런 행동들이 거슬리는 순간, 오늘도 내 표정은 일그러지고 조용히 욕을 시작한다.
X발, 저 새X 또 저 X랄이네.
이런 저런 스트레스들로 매일 매일 욕이랑 술살만 늘어가지만,
전 회사를 퇴사하고 이 회사에 이직하면서 스스로 굳게 다짐한 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회사를 간다.
절대 사람 때문에 퇴사하지 않을거야.
전 회사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획팀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녔다. 그 때 당시 팀장은 부품다루듯이 사람들을 굴려댔는데, 덕분에 나는 3달간 주말 없이 매일 3시간만 자면서 신사업 기획안 보고자료 만들다가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 때 그 팀장은 자기한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이 겁이 났었던 것인지 뭔지 몰라도, 다른팀 사람들에게 내가 주말에 마라톤을 해서 쓰러진거라고 입방정을 떨었다. 그 소식을 듣고, 넌덜머리가 나서 퇴사했다.
아직도 그 팀장한테 김치싸대기를 못날린게 아쉬울 뿐이다.
막상 회사에 fuck this shit을 외치고 나오고 나니 그 무섭기만 했던 호랑이 팀장도 결국 회사의 직원 중 하나였고, 난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그 회사가 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했던 것을 알게 됐다. 첫 직장이다보니 평생 직장이라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고, 힘든 것은 속으로 다 감내할 수 있어야 우수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는 경쟁해서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인 것처럼 비추어져서, 진급 같은 것이 마치 성공과 실패를 가려내는 무엇인가처럼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 무리에서 벗어나 내가 있었던 곳을 보니, 별 것도 아닌 것에 내가 목메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사람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고 해결하리라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직을 하기 전에 사실 S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하던 중이었는데, 일해보고 싶었던 회사에 우연히 이직이 되서 휴직한 상태였다. 이 골치아픈 것들을 전부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시 돌아갈까 수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 솔직히 회사에서 만났던 또라이들은 대체로 발암 포인트들이 한두개지만, 그 여자에게는 셀 수 없이 많은 발암 포인트들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발암 포인트들을 설명하자면 오늘 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개의 스토리를 적어본다.
팀장에게 메일로 고객에게 보낼 문서를 보냈는데, 팀장이 이것저것 수정해달라고 하길래 반영해서 메일을 다시 팀장에게 보냈다.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지르면서 내 자리에 왔다. 전에 보낸 파일과 파일명이 같아서가 이유였다. 이게 입사한 다음날 있었던 일이다.

야근으로 택시 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열받아서 모범 택시 탄 적 여러 번 있다.
자존감이 너무 낮았다. 누가 뭐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업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에게 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자기가 잘못한거 나한테 뒤집어씌우길래 그거 아니라고 일일이 대꾸했더니, 나중에 나보고 자기한테 존경심이 없다 했다. 세상에 존경을 강요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커리어우먼으로 워킹맘으로 돋보이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매번 실패해서 피해의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했다. 다른 사람에게 팀원을 소개할 때 low level 혹은 entry level이라고 소개를 했고, 자신은 자기 스스로 High level 혹은 manager level이라 칭했다.
얼마전에 자기 직함을 지어내서 말하는데 뜻이 거의 전 우주적인 프로젝트 UX 리더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개소리여서 실소가 터짐.
어디 세미나 한번 가서 contextual이라는 단어를 들어왔는데, 그 단어가 굉장히 전문가스러워보였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로 메일 하나에 이 단어를 10번 정도 반복했다. 참고로, 'Contextual'은 UX하는 사람에게는 기초단어 같은거라고 보면 된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스토리는 키우던 물고기가 병에 걸린 것 같다며 사람먹는 항생제를 어항에 뿌려서 40마리정도 죽여놓고는 4마리나 살렸다고 좋아했던 이야기다.
유치원 선생님, 집 봐주시는 이모님, 택배 기사님, 경비 아저씨, 각종 회사의 콜센터 직원들에게 소리질러댔다. 택배 착불로 결제해놓고 택배비 받으려고 전화하니까, 일하는 사람한테 전화하지말라고 하더라.
나 입사 전에 디자이너가 4명 그만뒀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친구는 전임자의 추천으로 입사해서 팀장이 이상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했다. 내 헤드헌터한테 알고 있었냐고 멱살잡이할 뻔.
2년 간의 꾸준한 건의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팀을 분리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직군이기 때문에 일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고 저 사람은 계속 팀장 노릇을 하려고 해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온갖 방법을 총 동원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독립에 성공해서 회사를 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봤자, 또 다른 문제가 생길테니까. 오늘도 나는 절대 사람 때문에 퇴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안녕하세요. 조든입니다.
세상 행복한 이야기만 한컷툰으로 그려대다가 갑자기 이렇게 심각한 글을 쓰게 되었네요ㅋㅋㅋㅋㅋ 회사에서 무방비로 당하다 못살겠어서 퇴사하고 또 이직해서 다시 또 고통받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을 또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