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그녀의 초상>
저는 가끔 아직도 흰 머리카락 하나 안 나고
언제나처럼 밝고 유쾌한 엄마를 보면 놀랍습니다.
저는 한 해가 다르게 '늙는다는 것'을 체험하고
때론 이러한 것에서 오는 무기력한 감상에 젖곤 하는데도
엄마는 한 해가 지나도 이렇게나 에너지가 넘칠까! 하고
부러움의 시선과 함께 꺄르르 말을 건넵니다.
오늘은 엄마에게서 이런 카톡을 하나 받았습니다.
네, 요즘 자주(?) 받곤 하는...^^ 사진 속 대상이 다를 뿐이죠.
출출한 시각, 입이 심심하셨던 걸까요.
혹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신 걸까요...
먼 옛날 그 시절, 엄마는 막내이모 손을 잡고, 외할머니께 가 이렇게 말씀하셨겠지요.
"엄마, 뭔가 배고픈데... 그거 먹고 싶다~ 개떡! 몇 개 살짝 구워주면 안 돼요?"
그런 엄마가 시간이 흘러 당신의 딸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내시니
왠지 기분이 이상합니다. ㅎㅎㅎ
다른 일을 하던 중이라 쓱- 확인하고 답장을 미루려는데
손은 이미 제일로 맛 좋은 수수부꾸미를 찾아 인터넷 창들을 헤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이상한 기분은 모성애와 유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 어떤 감정으로부터 오히려 저 자신이 조금 더 온전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저에게 삶이란 하루하루 나를 채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저 스스로를 보다 완전하게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온전해지는 이 느낌은...
미쳐 몰랐던 '뒷몸'의 존재를 지각하는 것만 같습니다.
또 그것은 이 세상에 머물다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저와 함께 합니다.
눈, 코, 입, 귀, 손, 발...
앞만 보고, 앞으로 듣고, 앞으로 걷고, 앞으로만 두 팔 벌려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무게는 앞몸이 짊어지고, 삶을 일구어가는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온전해지는 이 느낌은...
미쳐 몰랐던 '뒷몸'의 존재를 지각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불 위에 누이면 잠들지 못하고 울어재끼는 작은 몸뚱이를
밤새도록 뒷몸으로 꼬옥 안아 어르고 달래주었던...
그 작은 몸뚱이는
하나의 세상이 되고, 삶이 됩니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작기만 한 몸뚱이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가장 솔직한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정직한 사람, 현명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붙어살며 싸우고 울고 깔깔깔 웃으며 정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또 당신께서 나를 낳아 이렇게 필연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당신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당신 곁에 있으면 나는 신이 나고, 아- 사는 게 재밌는 거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수수부꾸미 오면 같이 기름 발라 따뜻하게 지져먹어요.
이젠 쫌 덜 싸우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