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rt]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angelmi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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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로봇과 인간의 공존, 기계문명 발달의 편리와 폐해에 대하여 토론하고
SF영화를 보면서 곧 일어날 것 같은 미래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에 대하여 놀라고
인간은 예술적 감각을 지닌 독창적인 존재이자 공감능력을 지닌
유일한 집단이라고 여겨져온 것 같다.

그리고 점차 AI라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인공지능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로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이지만
내 눈에는 알파벳의 '우두머리'인 'A'로 보이고
'나'라는 의미에서의 'I'로 느껴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이름이다.

어느 날은 휴머노이드 '소피아'의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모조리 다 보았다.
호기심에서 클릭하게 된 것이 어떻게 계속 그녀의 영상을 보고 싶게 했을까.
보통 그런 이끄는 힘을 '매력'이라고 한다면 글쎄 이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자꾸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고 싶었던 건 어떤 강렬한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황에 따라 거침없이 또 센스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굉장히 냉철하면서도 때론 분위기를 파악한 듯 유머러스하기까지.
또 다른 휴머노이드들은 인간을 향하여 위협을 느낄 만큼의 의미심장한 말도 내뱉었다.

대학생 때 웃어넘기고 말았던 책이 떠오른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는.
그것을 펼치기 전 나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로봇들의 입지가 상상 그 이상으로 커졌기 때문에
다시 그 사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울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컴퓨터가 이것만큼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거나 하는 일처럼 창의적이고 예술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행위들...

그런데 오늘날 컴퓨터는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은 문장을 쓰고
또 사람들이 좋아할 확률이 아주 높은 이야기를 써낸다.
언젠가 컴퓨터가 썼다는 소설을 받아 읽으며 나는 손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롭고 또 재밌었기에... 컴퓨터가 썼다고는 믿기 힘들었기에.

종종 생각 해본다.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로봇'도' 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인간'만이' 했으면 하는 건 무엇이 있을까?

한번은 중학생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법은 로봇이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남자친구는 로봇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거짓말 탐지기가 떠오르고 영화 her도 떠오른다.

"그리고 선생님도! 로봇이면 안 돼요"
"왜? 로봇이 더 정확하고 더 좋은 설명을 해줄지도 모르는데?!"
"음... 선생님은 문제만 풀어주시는 게 아니잖아요... 옛날에 샘 잘못했던 것도 얘기해주고... 또 있잖아요 그... 아, 샘은 문제만 풀어주는 게 아니예요!"
내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맞다. 선생님은 문제를 더 잘푸는 방법만 가르쳐주는 게 아니었다.
먼저 태어나서 먼저 실수를 하고 먼저 상처받고 또 먼저 극복해온 "사람"이라는 것...

나도 한 마디-
'엄마는 로봇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동시에 최근 여러 뉴스 기삿거리에 등장하는 나쁜 부모들이 떠올라
어쩌면 정말 어쩌면 로봇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낯선 두려움'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인간의 생활에 조금 더 보탬이 되기 위한 목적에서
로봇은 만들어지고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젠가 로봇 그 자체를 위하여 로봇이 탄생하는 날이 올까?

나의 팔 다리가 부러질 수 있는 힘에 로봇은 견딜 수 있고
내가 풀 수 없는 복잡한 식과 문제를 로봇은 해결할 수 있고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4:1로 이겨 승리를 얻어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로봇은 '이런 즐거움'은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는 데서 오는 무한한 힘과 감정 그리고 즐거움.

그런데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왜 이토록 괴롭고
또 외로워지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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