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이키델릭 밴드 Cambodian Space Project의 보컬 Kak Channthy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다

amugae(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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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고 바로 쓰려고 했지만 시간이 안 나서 계속 미루다보니 벌써 며칠이 지나버려서 이대로 있다가는 또 그냥 잊어버릴 것만 같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록으로 남겨놓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캄보디아 음악은 매우 낯설 것이다. (사실 나도 잘 모름...)
사실 '월드 뮤직'이라고 영어권 노래가 아닌 음악을 다 한 장르로 퉁치는 것도 싫지만 베트남 음악과 탄자니아 음악의 차이는 그 나라들의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르겠지만 둘 다 '월드 뮤직'으로 분류되는 뭐 그런 상황... 어쨌건 캄보디아 음악은 이러한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차 매우 생소하리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캄보디아 음악'이라고 불릴만한 음악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가장 저개발된 상태의 국가이다.

바로 그 유명한 '킬링 필드' 때문이다.
킬링필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975-1979년 사이에 폴 포트(Pol Pot)를 위시한 크메르 루즈(Khmer Rouge)가 정권을 잡으며 캄보디아의 국명을 민주 캄푸치아로 바꾸고 자신들의 정책에 반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인 대학살로 인구의 1/4 가까이가 이 때 몰살 당했다.
폴 포트는 극단적인 공산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는데 기존의 산업 시설을 모조리 파괴하고 도시 주민들을 강제 농촌 이주를 시키고 화폐를 폐지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을 펼쳤고 이 때 조금이라도 저항하거나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살해해버렸다. 이 때 사회 지도자층을 비롯한 지식인들도 모조리 척결 당한다. 안경 쓴 사람을 안경을 써서 지식인 같다는 이유만으로 죽여버리는 싸이코패스 집단
이러한 대참사 속에서 문화 예술 분야도 당연히 안전할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는 캄보디아 음악사의 '황금기'였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히 언더그라운드 뮤직션들이 활동하고 로큰롤 씬이 발전해있는 나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농경사회'로 놀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크메르 루즈 정권에게 문화는 없애야할 '악'이었기에 지금 살아있었더라면 전설로 추앙 받았을 Sinn Sisamouth, Ros Sereysothea, Pan Ron, Houy Meas 등의 음악가들은 모두 살해됐고 음악은 어떤 형태로도 남아있지 못하도록 제거해버렸다.
이 정권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한 놈들이었는지 음악가들을 죽이기 전에 자신들을 죽일 병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르게 시켰다고 한다.
갑자기 독일이 아우슈비츠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가스실로 가는 길에 연주를 시켰다는 이야기도 오버랩되고... 인간의 잔혹함은 정말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ㅜㅜ

여러 모로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포의 크메르 루즈 정권은 4년만에 물러나게 됐고 대학살이 일어난 지도 어느 덧 4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캄보디아는 킬링필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캄보디아도 '적폐 청산'을 전혀 하지 못하고 크메르 루즈 당시 실세였던 사람들이 여전히 처벌을 받지 않고 매우 잘 지내고 있는 게 문제다. 1998년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총리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고 있는 훈 센 Hun Sen도 크메르 루즈 정권 출신이다 (중간에 세력을 이탈하여 베트남으로 도주하긴 했지만).

캄보디아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서두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캄보디아 대중음악의 명맥을 이어가며 해외에 캄보디아 음악을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던 캄보디아 락 밴드 The Cambodian Space Project의 보컬 Kak Channthy가 며칠 전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향년 38세의 나이로. 프놈펜에서 툭툭을 타고 가던 중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캄보디아의 '에이미 와인하우스'라고도 불렸던 Kak Channthy는 2009년 결성한 The Cambodian Space Project의 프런트우먼으로 극빈의 생활을 이겨내고 끝내 꿈을 이룬 희망의 상징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잊혀진 캄보디아의 로큰롤을 다시 복원시켜 크메르의 영혼을 다시 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알렸고 캄보디아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는데 이 밴드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어 2015년 시드니 국제영화제에 상영되었다.

크메르 루즈 정권이 퇴각하고 베트남군이 캄보디아를 점령하던 시기에 태어난 Kak Channthy는 당시 여느 캄보디아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을 하는 극빈층이었고 어려서부터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고무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한 달하루가 아니다에 7.5 달러를 받으며 청소부 일을 하기도 했으며 미용실 일이라고 했는데 알고봤더니 성매매업소였고 납치를 당했다 간신히 탈출을 하기도 하는 등 그가 겪었던 일들은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은 아무도 뺏을 수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프놈펜의 한 가라오케 바에서 가수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때 그 곳을 찾았던 호주 음악가 Julien Poulson의 눈에 띄게 되고 그들은 2009년 The Cambodian Space Project라는 밴드를 시작하게 된다.

그들은 소실된, 그래서 소수의 생존자들의 머리 속에만 남아있는 Sinn Sisamouth, Ros Sereysothea, Pan Ron과 같은 과거 캄보디아 가수들의 음악을 재발굴하고 자신들만의 사이키텔릭한 사운드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시작한 밴드는 2011년 그들의 데뷔 앨범인 2011: Spacy Odyssey를 시작으로 총 4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서양의 로큰롤의 형식에 크메르적인 요소를 가미한 음악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었고 해외의 여러 록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아 공연을 하면서 크메르록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기여하게 된다.

자칫 영원히 잊혀질 뻔한 캄보디아 대중음악을 다시 부활시켜 윗세대의 잊혀진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또 후세에 롤모델로서 큰 영감을 준 캄보디아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또 극심한 절망 속에서도 꿈을 향해 전진해 나가던 한 명의 아름다운 인간으로서,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었던 Kak Channthy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음악이나 예술이 단기적으로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음악은 항상 저에게 위로가 되었고, 희망과 사랑을 가져다 주었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노래를 할 때면, 나는 하늘을 나는 것만 같다." - Kak Channthy

생전 여러 록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고향을 비롯하여 캄보디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학교, 고아원, 장애인 공동체 등을 방문하여 노래를 부를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극심한 가난과 역경을 직접 경험했었기에, 자신이 그 고통을 음악에 의지하여 이겨냈듯이 자신의 노래가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무엇보다도 더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노래했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아래의 음악은 내가 Cambodian Space Project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Whiskey Cambodia'

위 글을 작성하며 참고한 레퍼런스들은 다음과 같다.

  1. Kak Channthy: The Cambodian Space Project and a rock revival http://www.bbc.com/news/world-asia-43482011 BBC 기사
  2. Cambodian Space Project singer Kak Channthy, the soaring voice of the Khmer rock revival, dies at 38 https://phnompenhpost.com/post-life-arts-culture/cambodian-space-project-singer-kak-channthy-soaring-voice-khmer-rock-revival 프놈펜포스트 기사
  3. http://cambodianspaceproject.org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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