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아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수상으로 활약했던 윈스턴 처칠에 관한 영화이다.
게리 올드먼의 연기는 과연 이번에도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데, 마치 몸의 한 부분인 것마냥 손에서 떼지 않고 시가를 피워대는 모습과 굉장히 소리가 새는 발음 등등 완벽하게 처칠로 빙의하여 여태껏 아카데미 상을 타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와 같이 영화를 본 사람은 끝나고 나오면서 내가 말을 해줬을 때야 비로소 이 사람과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고든 경감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리우스 블랙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튼 역사 속 인물, 그 중에서도 20세기의 영미권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만들어졌고, 또 비교적 최근에 이미 실존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과 느낌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사실 이 영화도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먼)의 원맨쇼가 극의 대부분이라서 내용적으로는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지만 2차 대전 초반 패색이 짙었던 암울했던 영국의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린 조 라이트 감독의 연출도 충분히 눈 여겨 볼만 하다. 무엇보다 작년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같은 시간대,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보니 두 영화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덩케르크>가 당시 전쟁터 한복판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영국 본토에서 그 구출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했던 지도자들의 이야기이다.
때마침 요즘 읽고 있던 책에서 처칠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 있어서 아래에 인용을 해본다. 영화 속에 그려진 처칠의 이미지가 실존했던 인물과 똑같진 않을테고 또 수많은 처칠의 이미지들 중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들만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줬을테니 이런저런 처칠에 대한 평가들을 고루 비교해가며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감상법 중 하나일 것이다.
생각보다 상영관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음...
"마크 트웨인처럼 표현한다면, 처칠과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생자필멸의 법칙을 적용해 봐도 처칠은 때론 폭소 속에서 때론 분노나 경멸 속에서 열두 번은 더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장례식은 늘 너무 일찍 열렸고 무덤은 항상 비어 있었다. 그를 일시적으로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죽일 수는 없다. 우리는 그의 장례식 조사를 읽는데 지쳐간다. (...) 그가 남긴 실패들은 막대하지만, 위대한 정신력과 대단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실패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보다 눈부시다."
- A.G. Grinder, Certain People of Importance (Jonathan Cape, London, 1926). p.58. (아치 브라운, "강한 리더라는 신화"에서 재인용)
"전시 내각 총리로서 윈스턴 처칠이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영국 대공습 기간에 런던에 상주했던 존경받는 미국 언론인 에드 머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처칠은 "영어를 전투에 투입했다." 그는 의회 연설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단지 연설 솜씨만 선보인 것이 아니라, 저술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말처럼 "그것을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는 결의"가 대단했다. 처칠은 귀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전시 총리로 재임하는 5년간 중산층 출신 의원들보다 공습으로 황폐해진 런던 및 다른 도시의 노동자 계층을 비롯한 영국 국민들과 더 친밀한 교감을 형성했다. 또한 애틀리와 협의하여 유능한 서민 출신 노동당 정치인인 어니스트 베빈과 허버트 모리슨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관 자리를 내어주는 현명함을 보여줬다."
- 아치 브라운, 강한 리더라는 신화 (사계절, 2017), p.135 (원제: The Myth of the Strong Leader (2014))
관련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0687
http://www.imdb.com/title/tt4555426/
관련 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380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