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은 그알에서 여러 번 다뤘던, 일명 '약촌 오거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사건의 전후관계를 많이 알고 있을 상황에서 영화는 어떻게 이 사건을 바라봤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던 도중에 진범이 잡히고 막내 형사가 자살을 하게 되었던 탓에,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균형을 잃고 흔들거린다.
영화는 조현우(강하늘)의 재심을 기준으로 돈 있는 자의 법과 돈 없는 자의 법을 보여준다.
돈 있는 이에게 법은 익히 알고 있듯 더없이 너그럽다.
돈 없는 이에게 법은 쇠파이프의 다른 이름 같기도 하다.
그 사이에 변호사 이준영(정우)이 서 있다.
아무리 날라리 양아치라고 해도 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안장 안에 칼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범인으로 모는 수사라니.
게다가 취조실도 아니고 허름한 모텔방에서 홀랑 벗겨놓고 무자비하게 때리고,
강제로 진술서를 쓰게 하고. 뻔뻔하고 잔인한 작태에 한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재심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걸 택했던 감독은 생각보다 많은 걸 챙기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이준영이 대형 로펌 대표에게 승산 없어 보이는 재판,
그것도 재심을 설득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
더 시간을 들여서 촘촘하게 보여줬으면 좋았을걸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인데 그렇게 간단하게 지나가다니.
아무리 결정할 밑밥을 대사로 깔았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면이다.
법정씬이 많지 않다는 건 알고 봤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있어도 좋았을 텐데 싶다.
오프닝에 나오는 제목이 굵은 글씨의 캘리그라피였는데,
영화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명조체로 하거나 장면에 쓰인 자막 폰트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