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며 미소에게 묻는다. "어디로 갈거야 이제?"
아마도 잔혹한 현실은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에게 친절하진 않을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센 긴머리를 휘날리며 담배를 피워대고
위스키 한잔을 포기하지 않는 미소의 태도는 분명 눈물 나는 구석이 있다.
허나 그녀의 삶의 태도에 대해 '염치'를 운운할 순 없다.
미소의 별나고도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은,
놀랍게도 지금 어떤 이들의 삶의 방식에
그리고 내 상황과 내 선택에 실질적인 용기를 주었다.
그것은 '우리는 아직 젊고 멋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따위의 오글거리고 기만적인 위로가 아닌,
어떤 선택을 택하든 그건 나의 삶,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삭막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든 긍정할 수 있게 말이다.
"어디로 갈거야 이제?" 이 질문은 미소의 삶에서도,
그리고 내 삶에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고 그것은 유의미할 것이다.
얄팍하고 손쉬운 해피엔딩 대신, 끝내 질문을 풀지 않은 채 숙제로 남겨두는 것.
그게 미소의 그리고 나의 선택이다.
나만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미소처럼 내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소공녀, 나에게 위로를 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