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그런 짓을 잘한다.
버스 뒷자리에서, 커피숍에서 찻잔을 내려놓으며,
혹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말고.
불현듯 두 눈을 꼭 감고 5분간 가만히 머무는 수상한 짓.
물론 그 순간 내 머릿 속에는 여러 문장이 차례차례 일어서고 있다.
오지 않을 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 순간이 와버렸을 때의 나의 대처.
누군가는 한심하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열심히도 한다. 중얼중얼거리며.
허나 겪어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기란 여전히 늘 어렵지.
공 없이 하는 스윙 연습이란 매번 헛스윙이지 않겠는가.
두려움은 늘 두렵다.
하여간 나는 무지막지하게 겁이 많아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의 대처에 대해 연습해야만 한다.
백수가되면서 내 삶의 태도는 달라졌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귀한만큼 두려워서,
조심조심 살살살 그리고 정성껏 살려고 노력한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런 쫄보의 하루 속에서 사소한 것들은 내게 큰 의미가 된다.
이를테면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따스한 개를 끌어안았을 때의 안도감 같은거.
개는 과하게 적극적인 내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래서 개를 보며 자주 얼얼해진다.
이런 게 위안이고 사랑이겠지 싶어서.
상상과 연습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아님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온 세상에 흔하게 널린 좌절 속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나아가야하는 걸까.
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