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건 한 달쯤 된 것 같은데,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가린 날도 아닌데
맑은 날 하필 오늘 다시 이 책 생각이 났다.
책을 가지고 나갔던 날, 엄마는 늘 보내던 알겠다, 대신 알겠어, 라는 카톡을 보내왔고,
250페이지쯤 읽다가 그 카톡 앞에서 누르고 있던 감정들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서상화. 송인화와 서상화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만 마음이 뻐근했었다.
누나, 라는 말 앞에도 그랬고,
멈칫거리고 물러나는데 신경을 더 먼저 쓰는 송인화의 모습도 그랬다.
척박하고 지리하며 더럽게 돌아가는 세상 안에서
그들의 마음이 아프고 아렸다.
사랑이라고 하면 어쩐지 덜 표현되는 것 같아
그 말조차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만큼.
그런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안다.
이제는 그런 사랑을 가질 수 없음 역시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한동안 참 힘겹다.
기억이 추억이 되었는데, 자꾸만 기억으로 활활 타오르려 하기에.
다시금 그런 마음과 기억을 잘 가둬두고서야,
힘듦이 조금씩 상쇄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작가의 첫 장편이라 한다. 놀랐다.
꼼꼼하고 열심인 취재가 뼈대와 문장에 잘 녹아들었다.
세상과 마음, 둘다 놓치지 않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단편이 많은 요즘, 잘 쓰인 장편이 유독 반가운 이유도 그때문이다.
오늘의 밑줄
p175
"세상은 이런데 마음 기댈 데가 없잖아요. 누가 '나만 믿어' 하고 확 끌어주면 눈물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