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Can Wait.
세상 천지에 이런 오지라퍼가 다 있을까 싶은 프랑스 남자, 자크.
첫 등장부터 아, 이 남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친절은 혼을 쏙 빼놓는다.
파리에 데려다 주겠다던 이 중년의 남자는 대책없이 자유롭다.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차를 세우고 여유를 부린다.
게다가 프랑스 관광청 직원이라도 되는지
프랑스에 왔으니 그곳은 꼭 봐야한다며 막무가내로 차를 몬다.
곤란한 표정으로 어서 파리에 가야한다는 앤의 말에 능글맞게 웃으며
'파리는 어디 안 가요(Paris Can Wait)'라고 말할 때는 짜증이 솟구쳤다.
하지만 낡은 클래식 카를 타고 수채화같은 프로방스의 풍경 속을 달리고,
뽀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 앉아 남부의 온갖 산해진미와 와인을 음미하다 보면
낯선 이와의 동행도 어느 순간 괜찮게 여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여, 다이안 레인은 시종일관 우아하다.
하물며 헝크러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해도 우아하다.
크림치즈 바른 빵에 와인을 곁들이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