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폐쇄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진술하는 의뢰인과 변호사.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만 하는 살인 용의자의 시점에 따라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는 시작된다.
불륜, 살인, 은폐, 조작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외피를 감싸고 있던 영화는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보이는 것을 통한 자극보다는 말과 단어를 통한 추론으로 끌고 가는 셈. 초반 진술이 하나 둘 모여드는 부분에서는 정보 쌓기와 누명 벗기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이지만, 모여든 진술은 하나둘씩 새로운 진실을 파헤쳐가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인물들의 말에 의해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기도 하고, 가려졌던 부분이 드러나기도 하며, 관계가 재구성됨과 동시에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가 재배치 되기도 한다. 실제 사건을 목격하지 못한 관객은 용의자의 진술을 그저 들으며 추측할 뿐이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어느새 관객 역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사건의 재구성을 시도하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순간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때 이 영화의 매력은 배가된다.
뻔한 공간과 단순한 설정으로도 관객을 능수능란하게 현혹시키는 감독의 능력 또한 꽤나 놀랍다. 굳이, 범인이 누구인지에 목을 매지 않은 채 영화가 설계해놓은 설계도 대로 따라가도 된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따금 우연이나 필연에 기대 뭉개 버리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역시 '영화적인 허용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어떤 극적인 장치나 충격적인 장면만이 스릴러를 이끌어가는 힘이 아님을 보여준 작품. 원래 진실은 다가갈수록 멀어지지 않던가. 열린 가능성 안에서 올바른 연결고리를 찾아준 엔딩 또한 마음에 든다. 원래 진실은 뭐 그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