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운 마음도,
고운 사람의 손을 살며시 잡던 조심스러움도
영호는 모두 어딘가에 두고와 버렸다.
그리하여 미친 사람처럼 외친다.
인생의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그래서 열차의 방향을 바른 쪽으로 돌리고 싶다고.
하지만 복잡한 인간사야 나는 모르겠다는 듯
산은 푸르고 남한강은 그저 흐를 뿐이다.
신경림의 ‘떠도는 자의 노래’의 글줄은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그리고 자신을 두고 온 것만 같은 영호의 마음을 위무한다.
나역시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본다.
좋은 삶을 살고 싶었는지,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지를.
저 구절이 가만히 쓸어주는 누군가의 손길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그래 아직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