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알 수없는 요즘의 온도차 앞에서 쓴 글.
지 구 세 입 자
겨울이었다가 봄이었다가 하는 이상한 날씨 때문에
옷장에 사계절이 공존한다.
이런 혼란을 나만 겪는 건 아닌 듯 하다.
털옷 입은 사람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함께 거리를 걷고,
나무들은 황급히 꽃을 피우더니 비바람에 힘없이 진다.
뉴스에서는 이상 기온이라 했고 부정적인 면에선
최대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나는 헐리우드 재난 영화를 떠올렸다.
그것에 힘을 실어준 것은 보라카이 폐쇄 소식과
폐비닐 문제로 고통받는 지구 생물들에 대한 기사였다.
나는 그린 피스나 WWF 후원자는 아니지만,
지구 세입자 중 한 명으로서 환경 보존과 보호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느낀다.
말 그대로 그저 지구의 일부분을 잠시 빌려 살다가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누린 자연을 고스란히 둔 채 잘 떠나고 싶다.
하지만 이상적인 생각일 뿐 이미 나는 쉽고 간편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아침 저녁마다 화장솜을 한 뭉텅이씩 쓰고,
고민없이 비닐에 물건을 담고, 카페 종이컵을 들고 거리를 걷는다.
요즘에는 미세 먼지때문에 일회용 마스크까지 쓴다.
그것도 깨끗해야 하니까 하루에 한 개씩.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그리고 쉽게 버린다.
아마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무지 많을 것이다.
결국, 나 역시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1952년, 미국 미스터리 작가 할아버지가 처음 사용했다는 ‘나비 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인터넷 사전이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자연 보존과 보호는 꽤 오래전부터 인류가 고민해온 문제이다.
누군가 파괴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지키려 애쓰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나의 노력,
나비의 날개짓 만큼이나 작고 하찮은 행동이지만
훗날 강렬한 회오리 바람이 되어 어딘가에 닿기를 바라며,
소소한 것부터 시도 해본다.
어렵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불편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것 부터가 첫 걸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