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백수생활도 끝난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 지금껏 하지 않았던 일을 도맡게 된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보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 이 마음 부여잡고 열심히 살아보자 다짐한다.
그의 이야기 하나, 닭고기 카레
어린 시절, 나는 카레를 참 좋아했었어. 주방에서 카레 냄새가 나는 날이면 누가 시키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상 차리는 일을 도울 정도였지. 우리 집 카레에는 언제나 잘게 찢은 닭고기가 들어 있었어. 카레 국물에 촉촉하게 젖은 닭고기와 뭉근하게 익은 양파가 정말 맛있었어. 평소에는 작은 그릇을 쓰던 나도 카레를 먹을 때만큼은 아빠와 똑같이 크고 넓적한 그릇에 담긴 밥을 뚝딱 비웠어.
하루는 늦게까지 놀다 친구 녀석 집에서 저녁을 먹었어. 우리집보다 식구도 적은데 화장실이 두 개나 있는 그 집에는 없는 게 없었어. 비싼 변신 로봇에 파란색 양철통 가득 담긴 쿠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다정하고 예쁜 누나들까지. 낯선 것들 투성이인 그 집에서 딱 하나 익숙했던 건 주방에서 나는 카레 냄새였어. 큼직한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그 카레 한 그릇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나는 사흘은 굶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지. 그때부터였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던 엄마의 카레가 시시해지기 시작한 건. 그 시절의 그저 그런 형편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두 그랬듯 반찬 투정이라는 건 절대 허락될 수 없는 사치라는 사실을 아홉 살의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내 그릇에만 유난히 많이 들어있는 닭고기가 참 퍽퍽하게 느껴졌어.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카레는 그런 음식이 됐어.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음식이.
근데 참 이상해. 이제 마음만 먹으면 질리도록 소고기 카레를 먹을 수 있는데 아직도 우리 집 카레는 닭고기 카레야. 카레에는 소고기가 들어가야 훨씬 깊은 맛이 난다는 아내의 투정을 머쓱한 웃음으로 무마하며 나는 항상 닭고기 카레를 주문해. 세상에는 멀어지고 나서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 때때로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후회를 남기고 사라져. 나에게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랬어. 그때의 식탁처럼 유난히 내 그릇에만 가득 올려진 닭고기를 보며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그릇을 떠올려. 건더기 없이 묽은 카레 국물만 담겼을 그 그릇을. 그마저도 넉넉하지 못해 군데군데 하얀 밥이 보이던 그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