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골에 종종 갔었다.
화장실도 불편하고 벌레도 많았지만,
그보다 훨씬 좋았던 건 초록빛 연둣빛 잎에서 나던 여린 사각거림과
연한 흙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내음이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옮겨갈 때, 햇빛이 내려오다 비로 갈아탈 때,
비구름이 뒷걸음치고 해가 기세등등해질 때,
그럴 때마다 신기하고 경이로우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향기가 아닌 내음, 자연의 체취.
저마다에 맞추어 다가오는 풍경, 마음을 연만큼 펼쳐보이는 정취.
그만큼 순전하고 어여쁜 밀당.
눈이 모르는 밤에도
별빛을 쏟아부어주어 선글라스 없이도
빛을 마주할 수 있게 하는 배려와 찬란함을 알게 하는 너그러움.
어쩜 이럴 수 있지, 인간이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면
천태만상 나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윤대녕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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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달은 지 이미 오랩니다. 그것은 한편 목숨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아무한테나 함부로 그것을 들이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것은 자주 위험한 무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게 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멀리서 얘기하되 가까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들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