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서 두 조각으로 쪼개서 방송해주길래 우연히 보게 됐다.
이런 영화도 다 있었나 싶게 영화는 시종일관 이상하고 괴랄하다.
설정은 뭐, 그런 거다. 예전에 연인이었던 이들이 각자 결혼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만나게 되고, 일주일 동안 머무는 이야기.
티비 드라마에서부터 헐벗은 영화를 아우르며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지독하게 뻔한 이야기라는 거다.
그런 단어 말하면 되게 쿨해보인다 생각하는지 자주 나오고,
이탈리아에 대해 줄줄 읊으면 되게 유식해보인다 생각하는지 쉴새없이 가이드북을 읽는다.
와인 미술 건축 심지어 지난 연애 이야기마저 딱딱하게 전달된다.
그런 느낌이 든 데에는 겉돌게 외워하는 배우의 연기가 한몫한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배역에 이입을 못하는지.
아무튼, 아무말대잔치에 초지일관 이상한 이 영화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힘들어보였던 장면.
이탈리아의 돌길을 걷는데 여자는 늘 힐을 신는다.
옛 연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보면서 발 너무 아파보였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장면.
이 알 수 없는 영화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이 장면 때문이다.
남자는 눈이 많이 나빠서 늘 안경을 쓴다.
스킨십을 할 때는 안경을 벗어야 해서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며 투덜거렸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오고 남자는 여자가 일하는 병원에 와서 라식수술을 받는다.
굳이 옛 연인에게 부탁하는 이유는, 맨눈으로 그 사람을 보고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안경 쓰고 렌즈 끼고 수없이 봐왔을 텐데 뭘 그러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나쁜 사람들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안경도 렌즈도 없이,
진짜 내 눈으로만 상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간절할 테니까.
손에, 기억에, 모든 것이 있어도 진짜 내 눈으로 상대를 본다는 건
정말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자의 마음을 정말이지 알 것 같아서,
시린 눈을 반쯤 뜨고 옛 연인을 바라보는 모습에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설정에 진부하기에도 미안한 연기 앞에서,
그냥 그 마음이 한없이 읽히고 아프고 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