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는 부모를 닮아서인지, 큰놈은 사내놈인데도 언어 습득이 빨랐다. 아들아 국어가 아니라 수학을 잘해야 한다. 일단 말문이 트이자 말이 급속도로 늘었다. 몇 번 깜짝 놀라기도 했다. ‘얘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같은 착각은 안 했다.
생후 1년 8개월 무렵의 일이다. 나는 텐트 안에 드러누워 있었다. 밖에서 뛰놀던 큰놈은 내 손을 잡아끌면서 “이년아, 이년아” 하는 것이었다. 녀석은 그때 또 곧잘 “시발, 시발, 시발”이라고 했다.
이년아는 ‘일어나’였고 시발은 ‘신발’이었다. 발음이 안 돼서 욕처럼 들리는 것이었으나 꼭 그렇다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 자식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내 면전에서 욕을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며칠 뒤 녀석은 내 레고 자동차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몇 개 부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원상복구는 불가능했다. 아들은 망가뜨린 자동차를 들고는 빠방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다.
“야 네가 부품 잃어버렸잖아. 그래서 빠방 못 만들어”라고 내가 말했다. 놈은 레고를 한참 주물주물하더니 자동차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보세요. 아빠, 되잖아요”라고 했다. 나는 감동했다. 녀석이 완전한 문장을 구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후 유아용 레고 ‘듀플로’ 자동차의 바퀴를 번쩍 들고 걸어가면서 “바퀴가 날아가요”라고 한다든지, “회사 갈게”라고 말하는 제 엄마에게 “나가지 마요”라고 해 우리 부부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첫째는 가득찬 네살이 넘었다. 이제 제법 시적인 표현도 한다. 지난주에는 차에 탄 녀석이 밤하늘에 뜬 달을 가리키면서 “달이 하늘에서 빨리 뛰고 있네. 달아 달려 달려”라면서 까르르 웃었다. 달이 자기를 따라오는 것처럼 느낀 모양이다.
큰놈은 민들레 씨앗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걸 꼭 꺾어서 후 하고 분다. 언젠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을 보고 “하늘에서 눈이 와요”라고 했다.
변기로 빨려들어가는 제 대변을 보고는 “똥이 미끄럼틀 타요”라고 했고, 의자를 흔들어 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의자가 노래를 불러요”라고 했다. 새벽 3시에 깨서는 “왜 햇님이 안 나와요?”라고 말했다.
동시에 고집도 세졌다. 이를테면 야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통화하다가, 내가 “OO, 왜 안 자. 지금 11시가 넘었는데 자야지”라고 하면 “내 맘대로 할 거야”하는 식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못된 버릇이 들었다. 말끝마다 ‘똥꼬’를 붙이는 것이다. 처갓댁에서 큰놈을 데리고 나오면서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해야지 하면 “할머니 똥꼬 주무세요”하면서 혀를 내밀고 “메~” 따위의 소리를 낸다.
엊그제는 갈비탕을 사 먹였다. 내가 “OO, 맛있게 먹었어?”라고 물으니까 “아니, 방구 메~”하는 것이었다. 그게 어처구니가 없는데 또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나는 “그놈의 똥꼬, 방구 좀 그만해 이 똥꼬야”라고 했다. 녀석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