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나오면 회 못 먹을 거야. 빨리 많이 먹어”라고 속초에 함께 간 친지가 말했다. 나는 “왜 못 먹어요?”라고 물었다. “대게 나오면 알아. 암튼 빨리 먹어”라고 친지가 답했다. 우리는 회와 각종 해산물, 대게 2마리을 시켰다. 한상 가득 해산물이 나왔다. 대게는 아직 조리 중이었다.
우럭과 광어가 수북했다. 대게가 나온다 한들 회를 못 먹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반신반의하면서 회 너덧 점을 젓가락으로 쓸듯이 집어 입안 가득 넣었다. 아 이 맛이지. 강원도 지역 소주 ‘맑은강원’으로 폭탄주를 만들어 먹었다. 소주야 뭐, 소주였다. 먹고 마시다 보니 대게가 등장했다.
집게다리 둘레가 내 엄지보다 굵었다. 둘째 마디 상단을 살짝 비틀어 죽 잡아당겼다. 토실토실한 속살이 딸려 나왔다. 그것을 내장에 찍어 앙 베어 물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안에 가득 찼다. 분명 씹어서 삼킨 것이었을 텐데 그저 녹아서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소함이 깊었다.
정신없이 다리를 뜯어 먹었다. 다리를 뜯으며 게 뚜껑에 밥을 비며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맛있게 해산물을 먹은 건 처음이었다. 회가 조금 남아있었는데 회를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럭에게 미안해서 싹싹 긁어먹었다. 이렇게 맛없게 회를 먹은 것 또한 처음이었다.
불꽃놀이를 좀 했다. 친지와 나는 술이 고파서 속초 대포항의 밤거리를 헤맸다. 헤매다가, 운명처럼 ‘문어짬뽕 7000원’이라는 LED 간판을 마주했다. 바다의 고장 속초에서는 문어짬뽕도 저렇게 저렴하구나 하면서 우리는 문어짬뽕집에 들어갔다. 나는 클래식하게 문어짬뽕을, 친지는 실험적으로 가리비짬뽕을 주문했다.
소주를 시켰다. ‘맑은강원’을 시켰는데, 없다고 했다. 참이슬을 마셨다. 소주야 뭐, 소주였다. 한 병을 비우자 짬뽕이 나왔다. 문어는 담백하고 쫄깃했다. 면이 문제였다. 알덴테여서 뚝뚝 끊어졌다. 국물에서는 MSG의 깊은 맛이 났다. 나는 그냥 먹으려고 했는데 친지가 컴플레인을 했다. 절반쯤 먹은 짬뽕을 도로 가져가서 끓였다.
면은 괜찮아졌다. 그러나 너무 삶아진 문어가 고무처럼 질겼다. 싸고 맛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그나마 내 것은 괜찮았다. 술이 올라 기억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친지의 가리비짬뽕이 영 맛이 없었다는 것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우리는 각자의 짬뽕을 남겼다.
너무 맛있는 저녁을, 너무 맛없는 후식으로 망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인상을 쓰고 가게에서 나오는데 친지가 말했다. “야, 숨 다 뱉고 참아. 속으로 열을 세봐. 셌어? 이제 크게 숨 마셔.” ‘스으읍.’ 습기와 염분이 섞인 공기를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아, 공기가 달고 시원했다. 머리가 다 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