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이하 느린마을)는 쌀과 물, 누룩만으로 빚었다고 했다. 마음이 동했다.
술을 만든 배상면주가는 라벨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다양한 맛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술을 완성한 날부터 1~3일 째는 봄, 4~6일 째가 여름, 7~9일 째는 가을, 10일 이후가 겨울이라는 것이다. 계절별로 맛이 다르다나. 그래서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생산일부터 이틀 된 느린마을이다. 걸쭉하고 크리미하다. 그리고 달다. 아스파탐과는 조금 다른 단맛이다. 더 끈적이고 진하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맛이 지나가면 새콤한 맛이 따라온다. 향긋한 과일의 풍미가 느껴진다.
생산일부터 닷새 된 느린마을이다. 새콤이라기보다는 시큼에 가까운 맛이다. 신맛이 도드라지면서 단맛이 숨는다. 탄산도 더 세다. 봄보다 오래됐는데 되레 신선하다. 걸쭉함도 덜하다. 마신 뒤에는 신맛이 제법 오래 입안에 남는다.
생산일부터 여드레 된 느린마을이다. 탄산이 더 세다. 신맛도 더 세다. 여전히 부드럽지만 크리미하지는 않다. 걸쭉함도 덜해졌다. 여름까지는 좋게 말하면 부드러우나, 나쁘게 말하면 텁텁한 감이 있다. 가을에서는 없다. 한층 풍미가 깊다.
생산일로부터 열하루 된 느린마을이다. 적당히 부드럽고 시큼털털하다. 신맛은 가을과 비슷한데 당도는 낮다. 탄산은 약하다. 봄의 식감이 우유와 같았다면, 겨울은 우리가 생각하는 딱 그 막걸리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썩 잘 만든 술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영리한 마케팅이 더해져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숙성할수록 단맛이 사라지고 신맛이 세지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막걸리 초보자에게는 봄이나 여름을, 베테랑에게는 가을이나 겨울을 권하고 싶다. 의외로 나는 봄을 좋아한다. 750㎖ 1통에 약 2500원이다. 알코올 도수는 6도.
사족1
느린마을 양조장에 가서 마시면 더 맛있다. 좀 더 신선하다.
사족2
어떻게 아스파탐을 안 넣어도 이렇게 단가. 느린마을 측에 물어봤더니 쌀가루를 사용하는 게 비결이라고 했다. 비밀이라는 듯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오래 씹은 쌀의 단맛을 구현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