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축출했을 때, 나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청장이 물러날 거라고 생각한 것은 단지 그가 박근혜 정권의 사람이어서 만은 아녔다. 문재인 정부의 시각에서 볼 때 그는 몇 가지 용서받기 어려운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찰청장은 이철성이다.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3대 권력기관 개편방안’을 봤다. 나는 무릎을 쳤다.
“아 이러려고 청장을 안 날렸구나.”
경찰이 수사권과 대공수사권을 틀어쥐었다. 경찰의 수장은 흠결이 있다. 흠결이 있는 경찰의 수장을 청와대가 살려줬다. 경찰의 수장은 청와대의 말에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다. 비대해진 경찰의 목줄을 청와대가 잡은 것이다.
정권에는 칼이 필요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검찰을 자신의 칼로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 정권의 시각에서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공작을 한 원죄가 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빼앗겼다.
이 청장은 2016년 8월 경찰청장이 됐다. 그는 취임 직후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청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촛불집회 초반까지 이 청장은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고(故) 백남기씨 부검 영장을 수차례 집행하려 했다. 촛불집회 참가자의 행진을 율곡로 이남으로 제한하려 하기도 했다. 별개로 최순실씨가 경찰청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경찰은 이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나는 그때 경찰청에 출입하고 있었다. 이 청장이 옷을 벗는 게 수순이라는 얘기가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차기 청장은 OOO이라는 소문, 부지런한 경찰 고위 간부들이 OOO 사무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 청장은 “(취임 직후 정권과 같이 가겠다고 한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웠을 때를 얘기한 것”이라면서 사임설을 부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언론사가 “이 청장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의 SNS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청장이 ‘촛불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촛불집회에) 동조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청장에 치명적인 보도였다. 정부가 나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 청장, 당시 광주지방청장이었던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과 함께 대국민 사과하는 식으로 봉합했다.
이 글은 사실과 추론이 뒤섞인 글이다. 특히 청와대가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에 힘을 몰아준 데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 청와대의 ‘이철성 구하기’에 어떤 큰 그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도 아니다.
이날 조 수석은 “민주화 시대가 열린 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 왔고, 이들 권력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촛불 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옳았기를, 내가 억측한 것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