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그 문턱을 넘는다고 땀 범벅이 돼 버렸다. 대체 가을은 언제 오시는지. 한 10월은 돼야겠지. 그리고 가을은 스치듯 안녕해 버릴 것이다.
가을이 짧아지면 가을을 좀 덜 타게 돼서 좋겠다마는. 하긴. 이제 가을이 길어도 가을을 탈 정신도 없다. 내겐 아들이 둘이나 있는 거시다.
사설이 길다. 가을 하면 어떤 음악이, 악기가 떠오르시는지. 나는 첼로의 음색이 가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좋아한다. 가을이면 그의 첼로 소나타 1번을 찾아 들을 정도로 좋아한다. 음악적인 완성도는 소나타 2번이 더 높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1번의 쓸쓸함에 매혹되고 만다.
소나타 1번 곡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소개할 얘기가 없다. 그러니까 일단
브람스 첼로 소나타 1악장, 나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1악장을 누구의 것으로 소개해야 할 것인가. 나는 어렵게 ‘첼로의 황태자’ 피에르 푸르니에의 것을 골랐다. 푸르니에는 불란서 출신의 연주자다. 그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으나 9살 때 포기했다. 소아마비에 걸려 피아노 페달을 밟기 어려워서였다. 그는 첼로로 전향했고, 전설이 됐다. 그는 우아하고 유려한 운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곡에서 푸르니에의 첼로는 비통하되 신파로까지 흐르지는 않는다. 중용의 미다. 무려 ‘건반 위의 사자왕’ 빌헬름 박하우스가 협연했다. 박하우스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푸르니에를 받쳐 준다.
이대로 넘어가기가 아쉽다. 러시아의 첼리스트 다닐 샤프란의 것을 들어보자. 샤프란은 마치 “중용 따위 개나 줘 버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는 저음으로 흐느끼듯 연주한다. 좋게 말하면 극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신파조다. 그러므로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을 남에게 추천하라면 푸르니에의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샤프란의 것을 꼽겠다.
2악장은 20세기 최고의 여성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것으로 준비했다. 피아노는 개X끼 다니엘 바렌보임이 쳤다. 둘이 결혼한 뒤의 녹음이자, 뒤 프레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닥치기 전의 녹음이다. 뒤 프레의 음색은 단단하고 강인하다. 남자 연주자보다 더 남성적인 소리를 낸다. 뒤 프레를 들을 때면 자꾸 “이 앨범을 녹음할 때 뒤 프레는 행복했겠지”, “바렌보임 십XX끼” 등 생각을 하고 만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뒤 프레 얘기는 언젠가 엘가 첼로 협주곡을 포스팅하면서 자세히 쓰겠다.
3악장 녹음을 고르기는 어렵지 않다. 뛰어난 녹음이 많지만, 단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스뱌토슬라프 리히터다. 둘 다 양보 없이 기량을 뽐낸다. 용호상박이랄까. 격렬하다. 그 와중에 조화를 잃지 않는다. 명연이라 할 만하다.
끝으로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의 레퍼런스로 꼽히는 로스트로포비치와 루돌프 제르킨의 1982년 녹음을 소개한다. 두 거장의 깊이있는 연주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겐 조금 밋밋하게 들린다. 다음 링크에서 3개 악장을 연달아 들을 수 있다.
이곡 말고도 가을이면 찾아 듣는 곡이 여럿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 이 시간에